美 석유업계 '생존 M&A' 가속…데번, 3조원에 경쟁사 합병

입력 2020-09-29 15:57   수정 2021-06-28 13:34

미국 석유업계에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오일 메이저’ 셰브런이 지난 7월 중소 셰일업체 노블에너지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셰일업체 데번에너지는 경쟁사 WPX에너지와 합병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미 셰일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M&A를 선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셰일업계 구조조정 속도전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데번에너지는 WPX 주식 전량을 25억6000만달러(약 3조원)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두 회사를 합병하기로 했다. 오클라호마시티에 본사를 둔 데번에너지는 2008년 기업 가치가 600억달러에 달했지만 현재는 34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회사가 합쳐져 기업 가치 60억달러 회사가 새롭게 탄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셰일업체 가운데 8위 수준이다.

데번에너지는 WPX와 합병하면 비용 절감이 이뤄져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데이브 해거 데번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셰일 생산 확대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엔버러스의 앤드루 길릭 에너지부문 분석가는 “이번 거래가 데번에너지의 지역 내 선도적 지위를 강화하고 WPX 주주들과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병회사 이름은 데번에너지로 유지되며 해거 CEO가 회장에 오른다. 합병회사 CEO는 리처드 먼크리프 WPX CEO가 맡기로 했다. 새롭게 탄생하는 데번에너지는 하루 27만7000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날 합병 발표로 데번에너지 주가는 11.1%, WPX는 16.4% 급등했다.
저유가 이어지면 줄도산 가능성
전문가들은 미 셰일업체 간 합병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미 셰일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

최근 국제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로이터통신은 대부분의 셰일업체가 올해 유가를 배럴당 55~65달러로 예상하고 예산을 짰다고 전했다. 에너지정보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 셰일업체의 올해 배럴당 원유 생산단가는 53달러 수준이다. 지금의 유가 수준에선 생산해도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경영난에 빠진 셰일업체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6월에는 ‘셰일 혁명’을 선도한 미 에너지기업 체서피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 최근 셰일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이기 위해 M&A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데번에너지와 WPX의 합병은 코로나19로 셰일업체들이 큰 손실을 내고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발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세계 7대 ‘오일 메이저’ 중 하나인 셰브런은 또 다른 셰일업체 노블에너지를 50억달러에 인수했다. 노블에너지 부채를 포함하면 인수 가격은 130억달러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 에너지업계에서 나온 최대 규모의 M&A다.

셰브런은 1년 전에 비해 거의 절반 값에 노블에너지를 사들였다. 노블에너지가 코로나19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셰브런은 이번 인수를 통해 노블에너지가 보유한 콜로라도 덴버분지와 텍사스 페름분지 등에서 시추권을 추가로 확보했다. 기존에 갖고 있는 페름분지 일대 시추 설비와 파이프라인 등을 활용해 생산을 효율화할 계획이다. 마이클 워스 셰브런 CEO는 “노블에너지가 보유한 유전은 운영비가 저렴하고, 당장 단기 투자도 필요하지 않아 재무 상황에 큰 부담이 없다”고 했다.

안정락/선한결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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