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불러온 3월 글로벌 증시 폭락은 투자자들에게 공포를 줬다. 하지만 기회라고 판단한 사람도 있었다. 지난 3월 23일 저점 당시 S&P500지수는 연초 대비 31.32% 하락해 사실상 모든 주식이 ‘폭탄 세일’에 들어간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일부 투자자들은 델타항공, 카니발,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세 종목을 주목했다. 성장주가 아니라 낙폭과대주였다. 미국의 항공 크루즈 셰일가스 산업을 선도하는 ‘대장주’들이었다. 폭락장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 낙폭과대주에 베팅한 ‘서학개미’들의 성적표는 좋지 않다. 성장주를 대표하는 테슬라가 400% 넘는 수익을 올리는 동안 이들은 손실구간에 머물고 있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 사업자인 카니발도 관심 대상이었다. 카니발은 크루즈선이 코로나19의 주요 감염경로로 지목되자 모든 운항을 중단했다. 작년 40~50달러에서 거래되던 주식이 8달러(4월 3일 종가)까지 급락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카니발 주식 6855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들은 또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직격탄을 맞은 세계 최대 셰일가스 기업 옥시덴털페트롤리엄에도 4154만달러를 투자했다.
세 종목의 3월 이후 순매수 금액은 2억1437만달러(약 2507억원). 3~4월 당시 국내 투자자들은 델타에 테슬라와 아마존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카니발과 옥시덴털은 페이스북 순매수 규모를 뛰어넘었다. 4월 당시 국내 해외주식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세 종목을 ‘델·카·옥 3형제’라 부르며 ‘낙폭과대주의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애플)’라고 평하기도 했다.
주가도 짓눌려 있다. 폭락장 직전인 3월 초에 비해 28일 종가 기준으로 델타 주가는 32.06% 하락했다. 카니발(3월 초 대비 -56.03%)과 옥시덴털(-68.61%)은 더 심각하다. 델타와 카니발을 정확히 저점에 매수했다면 각각 63.31%와 92.09%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저점에 머문 기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정도 수익을 낸 사람은 극히 드물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28일 기준 31달러에 거래된 델타로 50% 이상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20달러 이하에서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데, 올 들어 델타 종가가 20달러를 밑돈 것은 단 3일(5월 13~15일)에 불과하다. 옥시덴털에 투자했다면 최저점에 잡았어도 수익이 6.64%에 불과하다. 반면 테슬라의 올해 저점 대비 수익률은 483%에 달하는 등 다른 종목에 투자했을 때와 비교해 기회손실 요인도 크다.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은 하반기에도 국제선 공급량을 전년 대비 80%, 국내선은 50% 축소해 운영 중”이라며 “내년 3분기까지 자사주 매입과 배당 계획이 없다고 발표할 만큼 이익을 내기보다 당장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시덴털이 속한 셰일가스 업종에서는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이 진행될 만큼 상황이 나쁘다.
홍성철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4본부장은 “미국 내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콘택트 업종의 주가 흐름이나 실적 전망이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자유소비재나 일부 산업재 업종에 수혜가 제한돼 여행이나 크루즈 등 대면 접촉이 필수적인 업종들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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