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NH證, 금호리조트 매각 주도권 갖는다

입력 2020-09-29 21:38   수정 2020-09-29 21:52

≪이 기사는 09월29일(21:3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CC 등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리조트의 매각 주도권이 NH투자증권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금호리조트의 최대주주인 금호티앤아이가 채무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빚 갚을 돈을 대주는 NH투자증권이 금호리조트 매각 주관사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금호티앤아이는 29일 NH투자증권에서 약 300억원을 빌려서 현대투자파트너스에서 전환사채(CB) 형식으로 투자받은 돈을 갚았다. 현대그룹 계열 투자회사 현대투자파트너스는 2017년 9월29일 금호티앤아이에 총 815억원을 CB로 투자(표면이자율 6%)해 줬다. 일부는 작년에 주식으로 전환했고, 나머지 채권 만기는 내년 3월28일이지만 현대투자파트너스는 29일에 조기 상환을 받겠다고 요청한 상태였다. 금호티앤아이는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현 금호고속(옛 금호홀딩스, 금호기업)으로 자금을 몰아주는 창구로 설립한 회사다.

◆NH證 '꿩 먹고 알 먹고'
NH투자증권은 금호그룹의 오랜 조력자다. 그룹의 재건과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게다가 NH투자증권으로서도 이 딜은 손해 볼 것이 없다. NH투자증권이 돈을 빌려주는 기간은 단 3개월. 현대투자파트너스와 거의 유사한 투자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 투자의 담보로 설정된 것이 금호리조트다.

금호리조트는 경기 용인 아시아나CC 외에도 경남 통영마리나리조트 등 콘도 4곳과 충남 아산스파비스 등 워터파크 3곳, 중국 웨이하이 골프앤드리조트 시설 등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최고수준으로 평가받는회원제 36홀 아시아나CC만 해도 2000억원대 중반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전체 매각 가격이 4000억원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티앤아이로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물건인 금호리조트를 맡기고 돈을 꾼 셈이다. 다만 부채도 적지 않아 매각이 완료되더라도 금호티앤아이 등이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4000억원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단기간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금호리조트의 매각 주관도 맡을 수 있게 되는 '꿩 먹고 알 먹고' 장사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호리조트를 "당초 계획대로 공개매각할 것"이라며 "단독으로 매각 주관을 맡지 않고, 공동 주관사를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호리조트의 매각 대금은 티앤아이 등에 흘러 들어가며, 이 돈으로 빌려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개월 내에 매각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채권 만기를 연장할 수도 있지만, 여차하면 담보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NH투자증권에는 열려 있다.

◆슬쩍 빠진 금호산업
문제는 금호티앤아이가 굳이 겨우 3개월짜리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호리조트 매각 주도권을 넘겨야 했느냐는 점이다. 금호티앤아이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CB에는 금호티앤아이와 금호리조트의 지분증권이 담보로 제공되어 있고 이외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가 원리금 상환과 관련하여 자금보충 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있다. CB를 못 갚을 경우 금호산업 등이 자금을 댈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티앤아이 등→금호리조트 순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금호리조트의 주주들은 모두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다. 금호티앤아이(48.8%)와 아시아나IDT(26.6%), 아시아나에어포트(14.6%), 아시아나세이버(10.0%)다.

얼마 전까지는 모두 금호그룹 계열사로 묶였지만 아시아나항공과 산하 회사들은 지난 11일 이후 채권단 관리 체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금호티앤아이,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이 이 문제를 해결하느냐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 금호산업이 이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과거엔 큰 차이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두 해결책의 돈 나오는 '주머니'가 다르다. 불과 1~2주 전만 해도 채권단은 이 문제를 금호산업이 풀게 하고, 금호리조트는 별개로 매각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해결하려던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NH투자증권이 구원투수로 등장하고 금호산업은 자금보충 의무에서 자연히 한 발 빠지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쪽 주머니로 책임이 돌아온 형국이다. 관련 업계에선 금호산업이 300억원 가량의 자금 지원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금호티앤아이 측에 불리한 계약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한달 전부터 논의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 고위관계자의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해당 관계자는 "산은에 금호리조트 매각과 관련해 말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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