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입 좀 닫아줄래?" vs 트럼프 "47년간 뭐 했나"

입력 2020-09-30 12:27   수정 2020-10-01 02:31


"입 좀 닫아줄래?(Will you shut up, man?)"(조 바이든)
"47년간 뭐 했나"(도널드 트럼프)

미 대선 후보 1차 TV토론이 열린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바이든이 '난타전'을 벌였다. 사회자 질문에 각 후보가 2분씩 답변하기로 사전 규칙을 정했지만, 이 규칙은 토론회 시작 직후 곧바로 무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발언 도중 끼어들기를 반복하며 바이든 흔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바이든도 작심한듯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몰아부쳤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답지 못하다" "광대" "푸틴의 강아지"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험한 말'을 쏟아냈다.

당초 TV토론은 '트럼프 공격, 바이든 방어'의 구도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토론회는 '치고받기'가 됐고, '정책 토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론조사 열세를 TV토론으로 만회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은 별 재미를 못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바이든 후보. 폭스뉴스 캡처

토론회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에서 미 동부시간 밤 9시 조금 넘어 열렸다.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가 사회를 봤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유로 두 후보는 악수는 물론 '팔꿈치 인사'도 없이 곧장 연단에 섰다.

첫 질문은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후임 대법관 지명 논란. 트럼프는 자신이 지명권이 있다고 했고 바이든은 대선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맞섰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대법관을 지명해 '오바마케어'를 없애려 한다고 했다.

사회자가 바이든에게 '당선되면 (대법원을 진보 성향으로 바꾸기 위해)대법원을 확대개편할 것이냐'고 묻자 바이든은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라며 "그는 법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압박하자 바이든은 "입 좀 닫아줄래?" "계속 떠들어라"라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코로나 책임론을 둘러싸고는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바이든은 "대통령은 (코로나 대처 관련)계획이 없었다"고 비판하며 "그(트럼프)가 패닉에 빠졌다"고 했다. 또 "그가 더 똑똑하고 더 빨라지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반에서 꼴찌거나 최하위권으로 졸업했다"며 "나에게 다시는 그 단어를 쓰지 말라. 당신에게 똑똑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트럼프와 바이든 전국 지지율.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

인종차별 시위와 관련해선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법과 질서'를 얘기하지 않는다고 몰아부쳤다. 바이든에게 "당신을 지지하는 법 집행기관 이름을 한 곳이라도 대보라"도 종용하기도 했다. 대부분 경찰 노조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인 우월주의자에 대한 언급도 논란이 됐다. 사회자가 '백인 우월주의자 단체와 민병대를 규탄하고 폭력을 멈추라고 말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 단체)이름을 달라"고 했다. 바이든이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프라우드 보이즈, 뒤로 물러서서 대기하라(stand back and stand by)"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어떤 단체를 규탄할 때 '나는 비난한다', '나는 그들을 거부한다'. '나는 그들의 행동이 부끄럽다' 같은 표현이 아니라 '대기하라'는 표현을 쓰는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NYT가 보도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소득세 납부 실적도 논란이 됐다. 사회자가 '2016년과 2017년에 연방소득세를 각각 750달러만 냈느냐'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수백만 달러를 냈다"고 부인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교사보다 적은 돈을 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둘째 아들 헌터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바이든은 신상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장남 보가 이라크에서 복무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는 패배자가 아니었다. 애국자였다"며 "거기에 남겨진 사람들은 영웅"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대전 당시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 '호구'로 불렀다는 보도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에 트럼프는 "나는 보를 모른다. 헌터는 안다"며 에너지 분야에 전문성도 없었던 헌터가 우크라이나 가스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면서 수백만달러를 받았다고 공격했다.

'대선 승복' 문제와 관련해선 바이든은 이기든 지든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확약했다. 그러면서 "개표가 완료되는 그(트럼프)는 나가게 될 것이다. 그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승리를 장담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몇달간 결과를 모를 수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우편투표에 대해서도 "사기"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의 FBI 국장도 우편투표가 사기라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두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악수나 팔꿈치 인사를 하지 않고 헤어졌다.

미 언론은 이날 토론회가 난타전였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말 끼어들기와 조롱이 첫 토론을 지배했다"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공격, 날까로운 말 주고받기로 요동친 토론"이라으로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와 바이든이 논쟁적인 첫 토론회에서 충돌했다"고 적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첫 토론이 연방 대법관 지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 등을 둘러싸고 격한 말과 모욕으로 가득찼다"고 전했다.

CNN은 "완전 최악의 토론회. 두 후보에 대해 국민들에게 가르쳐줄게 아무 것도 없었던 토론회"라고 혹평했다.

1차 토론 사회자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 EPA연합뉴스

토론회 직후 두 후보측은 서로 자신들이 잘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캠프측은 "바이든에 대한 트럼프의 완승"이라며 "바이든은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약하다는 걸 보여준 토론회였다"고 했다.

바이든 캠프측은 "오늘밤 무대엔 한 명의 리더와 한 명의 거짓말쟁이가 있었다", "오늘밤 토론회엔 한 명의 대통령이 있었는데, (현재)에어포스원을 타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밝혔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CNN과 여론조사 기관 SSRS가 토론회 직후 시청자 56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바이든이 잘했다'는 응답이 60%, '트럼프가 잘했다'는 응답이 28%였다. 토론회 직전 동일 유권자를 대상으로 우세 후보를 전망하는 조사에선 바이든이 56%, 트럼프가 43%였다.
CBS 조사에선 47%가 바이든을, 40%가 트럼프를 승자로 꼽았다.

뉴욕타임스는 "누가 이겼든 미국은 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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