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최고통수권자 역할이 증시에 중요한 까닭

입력 2020-10-04 17:09   수정 2020-10-05 07:41

종전의 이론과 규범이 통하지 않는 ‘뉴 노멀’ 시대다. 미래 예측까지 어려워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뉴 앱노멀’ 시대라고 구분해 부른다. 준거의 틀이 없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때 특정 국가의 경제는 최고통수권자(대통령, 총리)의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한국 등이 속한 신흥국일수록 더 그렇다.

최고통수권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경제가 망가진 국가는 의외로 많다. 테러, 난민 등 경제 현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대통령 선거를 포기한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뇌물 사건에 휘말려 탄핵당한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너무 많이 퍼주다 경제를 파탄시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최고통수권자가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잘해 위기에 빠진 경제가 살아난 국가도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가정을 위해 직접 장을 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 지지도가 높아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높은 가족애를 바탕으로 큰 인기를 누렸고, 구르마 요하네슨 전 아이슬란드 대통령은 자신의 연봉 인상을 거절하고 인상분을 기부해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이들 국가는 최고통수권자의 뛰어난 리더십 덕분에 경제도 호황을 누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 하이먼 민스키의 리스크 이론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뉴 노멀 디스토피아의 첫 사례인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 1년도 안 지났지만, 최고통수권자 역할에 따라 해당국 국민의 보건과 경제가 좌우되고 있다. 전염병 통제와 경제활동 재개 시기 결정, 긴급 경기 대책 추진 등이 통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축출설’이 나돌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 진원지’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2차 전염 통제, 경제활동 재개, 긴급 유동성 공급 등을 과감하게 결정해 약화됐던 정치적 입지를 만회했다. 지난 1분기 -6.8%까지 추락했던 중국 경제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2분기에 3.2%를 기록해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과다 채무로 부진했던 ‘일대일로 계획’ 추진도 지난 5월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계기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더 큰 역할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방역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코로나19 대응을 잘한 최고통수권자로 분류된다. 올해 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1위로 예측될 정도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잘 관리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2차 팬데믹(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는 데다, 내년 성장률은 OECD 회원국 중 34위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최고통수권자 중 처음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존슨 총리가 이끌고 있는 영국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0.4%를 기록했다. 동절기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등과 같은 당면 현안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인증 사진을 찍을 정도로 만용을 부렸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탄핵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브라질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하루 걸러 세계 1위를 다툴 정도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경제는 ‘파탄’이 우려될 정도다. 주요 도시 거리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다시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 사태 대응에 미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 방역의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통수권자가 뒤늦게 마스크를 착용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연율)은 1947년 상무부가 국민소득 통계를 맡은 이후 가장 낮은 -31.4%를 기록할 만큼 추락했다. 주가가 오른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힘이 크다.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두고 열린 1차 TV토론에서도 뒤졌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코로나19 감염이 2016년 대선 당시처럼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가 될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그 이상의 해석과 의미를 달아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과 미국 국민,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와 증시를 위해 빠른 쾌유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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