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일사천리로 처리될 것 같았던 기업규제 3법에 대해 여당에서 속도 조절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것이 립서비스나 요식 행위로 그쳐선 안 된다. 단순히 공청회를 열고, 야당과 협의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거기서 제기된 지적과 비판이 타당하면 수용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지적하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공정거래 전속고발제 폐지 등 독소조항은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이는 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기업규제 3법이 현재 상정된 입법안대로 시행되면 국내 간판 기업들조차 외국 투기자본의 ‘놀잇감’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엘리엇 사태’ 같은 경영권 위협이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로선 연구개발(R&D)과 고용 확대에 써야 할 자금을 경영권 방어와 각종 소송 대응에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부작용은 중견·중소기업에서 더 심각하다. 한경의 시뮬레이션 결과 투자금 100억원이면 코스닥에 상장한 1380개사 중 85%인 1169개사 어디서든 소수주주권을 행사해 경영 간섭과 경영권 위협이 가능해진다. 기업규제 3법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으며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기업들의 등 뒤에서 총질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업규제 3법이 어떻게 처리되느냐는 정부·여당의 향후 국정 운영 태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무기로 계속해서 국회에서 불통과 독주로 치달을 것인지, 아니면 소통과 협치의 길로 방향을 틀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표가 될 것이다. 국가경제뿐 아니라 여당 자신을 위해서도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는 분명하다. 기업규제 3법의 향배를 기업뿐 아니라 국민도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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