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 3법' 기업 의견 듣겠다는 與, 립서비스 그쳐선 안 된다

입력 2020-10-04 18:24   수정 2020-10-05 00:10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에 대해 여당 내에서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경제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하는 이들 법안을 여당이 강행 처리할 경우 역풍이 예상돼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재계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시뮬레이션 중”이라며 “경제계와 시민단체의 의견도 듣겠다”고 했다. 앞서 김진표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도 “우리 당만의 힘으로 통과시키면 당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야당을 비롯한 전문가들과의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일사천리로 처리될 것 같았던 기업규제 3법에 대해 여당에서 속도 조절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것이 립서비스나 요식 행위로 그쳐선 안 된다. 단순히 공청회를 열고, 야당과 협의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거기서 제기된 지적과 비판이 타당하면 수용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지적하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공정거래 전속고발제 폐지 등 독소조항은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이는 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기업규제 3법이 현재 상정된 입법안대로 시행되면 국내 간판 기업들조차 외국 투기자본의 ‘놀잇감’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엘리엇 사태’ 같은 경영권 위협이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로선 연구개발(R&D)과 고용 확대에 써야 할 자금을 경영권 방어와 각종 소송 대응에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부작용은 중견·중소기업에서 더 심각하다. 한경의 시뮬레이션 결과 투자금 100억원이면 코스닥에 상장한 1380개사 중 85%인 1169개사 어디서든 소수주주권을 행사해 경영 간섭과 경영권 위협이 가능해진다. 기업규제 3법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으며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기업들의 등 뒤에서 총질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업규제 3법이 어떻게 처리되느냐는 정부·여당의 향후 국정 운영 태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무기로 계속해서 국회에서 불통과 독주로 치달을 것인지, 아니면 소통과 협치의 길로 방향을 틀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표가 될 것이다. 국가경제뿐 아니라 여당 자신을 위해서도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는 분명하다. 기업규제 3법의 향배를 기업뿐 아니라 국민도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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