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의 컨슈머리포트] 네이버·쿠팡이 입점인에 '갑질'하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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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05 10:16   수정 2020-10-05 10:23

[박동휘의 컨슈머리포트] 네이버·쿠팡이 입점인에 '갑질'하기 어려운 이유


오픈마켓(open market)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건 2000년이다. 그 해 4월에 인터파크가 G마켓을 출범하면서 ‘온라인 장터’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올해로 벌써 20년째다.

국내 오픈마켓은 날로 확장 중이다. 전통의 강호인 G마켓, 옥션, 11번가가 ‘삼분(三分)’하고 있던 시장에 2014년 네이버가 뛰어들면서 오픈마켓의 외연을 대폭 확장했다. 2010년 창업 동기인 티몬, 위메프, 쿠팡도 자사 사업 모델에서 오픈마켓의 비중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최근엔 롯데(롯데온), 신세계(SSG닷컴)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 거인들까지 오픈마켓에 뛰어들고 있다.

규제의 ‘칼’이 오픈마켓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온라인 장터가 얼마나 커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한 입법을 예고했다. 오픈마켓에서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갑질’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생각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칼끝을 어디로 향하고 있는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시행령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짚어봐야할 건 오픈마켓에서 벌어지는 ‘갑질’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다.

오픈마켓을 이해하려면 왜 ‘오픈’이란 수식어가 붙는 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기존 유통 채널과의 비교에서 나온 표현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닫힌 마켓’에 비해 물건을 팔고 싶은 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이 오픈마켓이란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다.
우선 백화점은 유통보다는 임대업에 더 가깝다. 도심의 금싸라기 땅에 올려진 백화점은 한정된 공간이라는 특성 탓에 기본적으로 ‘닫힌 채널’이다. 백화점에 매장을 낼 수 있는 업체는 유명 화장품·패션 브랜드 등 대기업들이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백화점보다는 좀 더 판매자에게 문을 개방한 유통 채널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전국에 깔아 놓은 매장만 400개를 웃돈다. 대형마트는 상품을 직접 매입해 자신의 물류센터와 매장을 통해 판매하는데 제품 구색수의 단위를 만(萬)으로 확장시켰다. 그럼에도 대형마트 역시 기본 작동 방식은 ‘클로즈드 마켓(closed market)’이다. 대형마트는 각 품목별 바이어가 마트에 진열할 상품을 엄선하고, 주문한다. 판매업체들은 대형마트에 납품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 점에선 홈쇼핑이나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닫힌’ 유통 채널에선 항상 갑질 시비가 일곤한다. 납품 업체들은 대형 유통사와 비교하면 지위면에서 ‘을’이다. 물론 농심 등 각 분야에서 독과점적인 1위인 납품사들은 예외지만, 다른 어지간한 납품사들은 대형마트의 깐깐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물건을 댈 수 있다. 공정위 등 규제 기관들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 타격을 받은 것은 엄밀히 말하면 ‘클로즈드 마켓’의 쇠락이라고 봐야 한다. 납품 업체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소비 방식의 변화라는 측면에서도 기존 유통업체들은 ‘닫힌 채널’에만 의존하면서 매출 감소를 자초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진열한 상품만 사시오’ 같은 푸시(push) 방식의 유통을 인내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오픈마켓은 시장경제의 원리를 가장 원초적으로 구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마련한 온라인 장터에 누구나 자신만의 상점을 마련할 수 있다. 사업자는 입점 업체가 마약, 술 등 법에 저촉되는 상품을 팔지 않는 한 판매상을 가려 받지 않는다. 오픈마켓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말 그대로 열려 있다. 수십만명의 상인들과 수억개의 상품들이 거래되는 온라인 장터를 사업자가 일일히 통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오픈마켓은 적어도 개념상으로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의 실사판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오픈마켓은 능동적인 소비가 가능한 공간이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검색창에 입력함으로써 스스로의 선호를 표출한다. 소비자는 검색 결과로 주어지는 수십, 수백개의 상품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닫힌 유통 채널에선 상품기획자의 진열 의도가 소비자의 선택을 좌지우지하지만, 오픈마켓에선 비슷한 선호를 가진 다른 소비자들의 상품평과 판매자에 대한 평판이 중요하다. 소비자 선택에서 외면받은 상품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오픈마켓이란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고 있는 데엔 IT(정보기술)의 진화를 빼놓을 수 없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등장이 오픈마켓의 잠재력을 무한으로 확장하고 있다. 20년 전 국내에 오픈마켓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데이터 관점에서 오픈마켓과 닫힌 마켓의 차이는 롯데가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이란 새로운 오픈마켓 플랫폼을 올 4월에 출범시켰다.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롯데온의 출발은 처음부터 삐걱였다. 백화점, 마트, 닷컴, 편의점 등 쇼핑 산하에 있는 각 유통 채널별 상품 코드를 통일하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의자와 롯데마트의 의자가 같은 브랜드 제품이어도 전산상으로는 다른 품목으로 인식하는 일이 벌어졌다. 롯데온에 등록할 롯데그룹의 품목수가 대략 6000여개에 불과했는데도 그랬다.

초기의 시행착오는 ‘잠자는 사자’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온을 그룹 전체의 데이터가 모이는 ‘롯데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는 쇼핑 뿐만 아니라 여행 영화 등 소비 전반에 걸쳐 무수한 데이터가 발생하는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롯데 계열사는 90여 개에 달한다. 여기에 롯데와 거래하고 있는 신뢰있는 제조업체들을 롯데온에 모이도록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게 롯데의 셈법이다.

네이버가 오픈마켓에 뛰어든 것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간파해서다. 네이버는 검색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사업자다. 플랫폼으로 모이는 데이터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네이버가 갖지 못한 핵심 데이터는 두 가지였다. 금융과 쇼핑이다. 네이버는 이를 쇼핑에 네이버페이를 붙임으로써 일거에 해결 중이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초기엔 언론사들의 뉴스 컨텐츠를 가져왔던 방식을 택했다. 가격비교사이트를 만들어 백화점, 아울렛 뿐만 아니라 다른 오픈마켓의 상품 콘텐츠를 네이버 쇼핑이란 큰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만들었다. 처음엔 순항하는 듯 했으나 곧 문제가 발생했다. 가장 많은 상품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11번가, 옥션, G마켓 등 오픈마켓들이 네이버 쇼핑이 심각한 경쟁자임을 인식하면서 들고 나가길 반복했다.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라는 자신만의 오픈마켓 플랫폼을 만든 건 이런 배경에서다. 네이버는 수억개의 상품과 이를 거래하는 이들의 거래 정보를 자사 데이터로 확보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다.

오픈마켓의 이 같은 속성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과거 유통의 ‘닫힌 채널’에 적용하던 ‘갑질’이란 공정 거래의 잣대를 오픈마켓에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느냐하는 의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한 오픈마켓 업체 관계자는 “규제 당국은 오프라인적인 규제 마인드에 아직 잡혀 있다”며 “쇼핑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수백, 수천만의 거래들이 사람의 손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오픈마켓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불공정행위 이슈는 ‘락인(lock-in)’ 효과다. 플랫폼 사업자가 만들어 놓은 양식장에서 입점 상인들은 생존을 위해 계속해서 지갑을 열어야 한다. 물건이 잘 팔릴 때면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상인 모두 ‘윈윈’이지만 전자상거래 시장이 정체되는 어느 시점이 되면 사업자만 ‘위너’가 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코로나19 시대엔 아직 먼 미래의 가정일 수 밖에 없고, ‘락인’을 갑질로 규정하기도 애매하다.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에 대해 얼마나 연구하고 분석했는 지는 향후 나올 시행령의 내용으로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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