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색감의 마술사…日 디자이너 겐조 별세

입력 2020-10-05 14:57   수정 2020-10-06 00:34

일본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유명 패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81)가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겐조는 ‘패션의 나라’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일본 출신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겐조 유가족은 그가 이날 프랑스 파리 인근 뇌이쉬르센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겐조가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겐조 역시 공식 성명을 통해 사망 소식을 알렸다. 겐조는 고령에 코로나19 감염 등으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겐조 대변인은 “그는 평생 8000개에 가까운 작품을 남기며 예술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겐조는 화려한 색감과 꽃무늬 등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향수 브랜드로 큰 인기를 모았다.

겐조는 1939년 일본 효고현 히메지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누나들의 패션 잡지를 탐독하며 바느질에 관심을 보였고, 고베대에 진학했으나 곧바로 자퇴하고 분카패션대에서 자신이 원하는 패션 공부를 시작했다. 분카대는 그전까지 모두 여학생만 받았으며, 겐조가 첫 남학생이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프랑스 마르세유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은 그는 홍콩, 베트남, 인도 등을 거쳐 1965년 파리에 도착했다. 겐조는 당초 파리에 오래 머무를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진 돈도 거의 없었고, 프랑스어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이후 프랑스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프랑스 브랜드 레노마에서 보조 스타일리스트로 취직한 겐조는 1970년 자신의 첫 번째 매장 문을 열었다. 그때 나이 서른이었다. 일본식 문화와 서양식 문화를 접목한 겐조의 손에서 태어난 작품들은 파리지앵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었고, 1976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겐조 브랜드를 세상에 내놨다.

여성 컬렉션으로 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한 겐조는 1983년 남성 컬렉션을 선보였고 1988년 향수도 출시했다. 겐조 향수병에 그려진 꽃은 겐조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1994년 파리를 대표하는 다리 ‘퐁뇌프’를 꽃과 담쟁이덩굴로 수놓은 것도 그의 작품이다.

겐조는 1993년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 자신의 브랜드를 매각했다. 6년이 지난 1999년 패션계에서 떠나겠다고 발표하면서 30년 가까이 바쳤던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마무리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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