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베트남 발전 투자 '확정'…한숨 돌린 업계

입력 2020-10-05 17:10   수정 2020-10-06 01:40

한국전력이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 수출 사업에 예정대로 참여하기로 했다. 정치권 일각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전이 계획대로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석탄화력발전 업계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한전 관계자는 5일 “이사회에서 베트남 붕앙-2 발전 사업에 참여하는 안건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하띤성 지역에 건설되는 붕앙 2호기는 1200㎿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다. 베트남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국책사업으로, 총사업비는 2조5000억원 규모다. 한전은 지분 참여 형태로 2200억원을 투입하고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참여한다. 수출입은행은 대출·보증을 제공한다.

이 사업은 올 들어 정치권과 환경단체 등이 ‘석탄발전 수출은 비윤리 사업’이라고 거세게 반대하면서 좌초 위기를 겪었다. 여당은 공공기관의 해외 석탄발전사업 참여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법 4법’을 지난달 말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달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을 원칙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전의 사업 참여가 좌초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막대한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해 왔다. 해외 석탄발전 수주를 주요 먹거리로 삼고 있는 두산중공업과 관련 중견·중소기업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수은은 이미 베트남 정부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금융 지원을 확약한 상태라 각종 지원 계획을 백지화하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가 급전직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붕앙 2호기 사업에 한전 대신 기술력이 낮은 중국 기업이 참여하게 되면 되레 환경오염이 심해질 것이라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았다. 국내 기업은 석탄발전을 수출할 때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인 ‘초초임계압’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비교해도 탄소 배출량이 많지 않은 친환경 기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석탄발전 수출에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면서도 이 기술을 사용한 프로젝트는 제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를 최종 확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은 이른 시일 내에 화력발전을 줄이기 어렵다는 특수성을 감안했다”며 “정부 내부에서 해외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지속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한 후폭풍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 등은 최근 베트남 붕앙 2호기 사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도 최근 베트남 석탄발전소 사업 진출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한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 KLP, 덴마크 민간연금사 MP펜션 등도 삼성물산에 베트남 화력발전소 참여 계획을 철회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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