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서 용나기, 26년새 두배 힘들어졌다"

입력 2020-10-05 17:33   수정 2020-10-06 01:54

“1990년 이후 26년 동안 한국의 기회 불평등 정도는 두 배가량으로 커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변화하지 않았을 겁니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 처음 내놓은 ‘개천용 기회불평등지수’를 지난달 대폭 보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지수는 소득 하위 20%인 부모를 둔 사람이 소득 상위 20%에 올라설 확률을 구한 뒤 1에서 빼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소득 상위 20%에 오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소득 하위 20% 가구에서 태어나 소득 상위 20%에 오르지 못할 확률로, 수치가 높을수록 기회 불평등의 정도가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주 교수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와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조사를 활용해 1990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기회불평등 정도를 지수로 산출했다. 그 결과 1990년 19.79였던 ‘개천용지수’는 2016년 34.82까지 높아졌다. 기회불평등이 아니었으면 소득 상위 20%에 진입했을 하위 20% 출신 100명 중 34.82명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다. 조사 기간 중 개천용지수가 가장 낮았던 1992년은 17.50, 가장 높았던 2013년은 39.04를 기록했다. 30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한국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두 배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지만 실제로 기회불평등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거의 없었다”며 개천용지수를 고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통계자료의 한계로 2016년까지 분석했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이 같은 추세에 변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의 여파로 지수가 더 악화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교 평준화로 부모 소득에 따른 학력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교육 양극화는 현 정부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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