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의 꽃' 김철규 PD "이준기·문채원·김지훈…강한 개성, 균형 잡으려"

입력 2020-10-06 16:32   수정 2020-10-06 16:34



1년에도 수십 번씩 강산이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트렌드가 변화하는 방송가에서 김철규 PD는 26년째 세련된 영상미, 탄탄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고 있다. '마더'에 이어 2년 만에 내놓은 tvN '악의 꽃' 역시 호평과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악의 꽃'은 14년 전 벌어진 살인 사건 이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왔던 남자와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스릴러와 멜로가 공존하는 촘촘한 전개로 16회까지 휘몰아치면서 밤 10시 50분 심야 시간대에 방송되는 핸디캡에도 불구,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종영했다.

'꽃보다 아름다워', '황진이', '우아한 녀', '공항가는 길', '시카고 타자기'를 비롯해 '마더'까지 탄탄한 연출력을 자랑했던 김철규 PD는 '악의 꽃'에서도 밀도 높은 감정선과 등골 서늘한 스릴러를 오가며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다.

1994년 KBS 입사 이후 올해로 26년째지만 여전히 세심하게 현장을 누비며 배우들과 스태프를 이끌고 있는 김철규 PD다. 특히 '악의 꽃'을 통해 이준기와 문채원, 서현우와 김지훈의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더욱 '대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철규 PD는 "뜨거운 여름, 긴 장마와 태풍, 코로나19로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악의 꽃'을 피우기 위해 열정을 쏟아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했다"면서 종영 소감을 전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더욱 고마움을 드러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김철규 PD의 세심함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텍스트를 넘어 전달됐다.
다음은 김철규 PD와 일문일답

▲ 지난 7월에 첫 방송을 했던 '악의 꽃'이 마지막 회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렸는데요, 감독님의 종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뜨거운 여름, 긴 장마와 태풍, 코로나19로 인한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악의 꽃’을 피우기 위해 열정을 쏟아주신 모든 스태프, 배우진, 제작진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악의 꽃'이라는 작품을 만난 건 저에게도 큰 행운이었고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한 씬, 한 씬 만들어 가는 과정 역시 행복했다. 마지막까지 무사히 잘 끝맺을 수 있어 감사하고 뜨거운 관심과 아낌없는 사랑 보내주신 시청자분들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방송이 시작되기 전 '악의 꽃'을 두고 ":서스펜스의 외양을 쓴 멜로드라마"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첫 방송 이후부터 매회 심장이 서늘해지는 서스펜스 속에서도 도현수(이준기), 차지원(문채원)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만들며 유니크한 '서스펜스 멜로’'장르를 탄생시키셨는데요. 전체적인 연출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이 드라마에는 수많은 '대비의 코드'들이 숨어있다. 대표적으로 선과 악의 대비, 거짓과 진실의 대비, 사랑과 미움의 대비, 그리고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지만) 멜로와 스릴러의 대비.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요소들이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파생되는 긴장감이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 '악의 꽃'을 이끌었던 이준기, 문채원, 장희진, 서현우 등 배우들 역시 모두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이 있을 만큼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며 호평을 얻었습니다.

우선 각자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연기해준 연기자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분들이 매회, 매씬 정말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엄청난 몰입도로 도현수라는 캐릭터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표현해준 이준기, 깊이 있는 호소력으로 드라마의 감성을 짙게 해준 문채원, 숨 막히는 서사의 중간중간에 숨통을 트이게 해준 서현우, 따뜻함과 진정성으로 인물간의 균형을 잘 잡아준 장희진, 그리고 종반부에 그야말로 폭발적인 임팩트로 모두를 놀라게한 김지훈씨의 열연으로 드라마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출연횟수는 많지 않았음에도 너무나도 열심히, 훌륭하게 맡은 역할을 소화해준 윤병희(박경춘역), 김기무(염상철역), 한수연(정미숙역)씨에게도 감사드린다.

▲ 각 배우들의 어떤 모습을 보고 캐스팅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각 배우들의 개성이 굉장히 뚜렷한데 머릿속에서 조합을 그려봤을 때 균형이 잘 잡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자가 가진 색깔들이 서로를 헤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본인의 장점과 상대방의 장점을 이끌어내는 조합이라 생각했다.

김지훈 씨의 변신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존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캐릭터를 너무 훌륭하게 소화해줘서 놀라우면서도 고마웠다. 연출자로서 앞으로 이 배우의 행보가 궁금해질 정도로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내공은 대단하고 인상 깊었다.

▲ '악의 꽃'은 매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충격 엔딩과 함께 ‘엔딩 맛집 드라마’로 각광받기도 하였는데요. 감독님에게 가장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혹은 엔딩)을 하나 꼽아주신다면요?

5회 낚시터씬 전체(현수가 경춘에게 납치되는 순간부터 지원이 구출해주는 엔딩까지)와 15회 절벽에서의 엔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엄청난 에너지와 집중력이 필요한 씬들이었는데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 줘서 기대 이상으로 인상적인 장면으로 완성된 듯 싶다. 특히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한 이준기 씨의 눈물과 절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촬영기간도 길었고, 각 장면을 보면 촬영 역시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긴 시간 동안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무엇이었을까요?


'악의 꽃'은 현장에서의 촬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상당히 고민이 많이 필요한 작품이었다. 대본이 그려놓은 상황 자체는 재미있지만 그 상황을 영상적으로 설득력있고 깔끔하게 연출해 내기가 정말 까다로운 씬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3회 현수가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려있는 씬, 4회 현수와 지원이 어두운 창고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씬, 5회 경춘이 폐낚시터로 현수를 납치해 고문하는 씬, 그리고 15회 엔딩 절벽에서 현수와 희성이 대치하는 씬들이 특히 많은 준비와 고민이 필요했다.

이런 씬들은 촬영에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최대한 모으고, 조율하고, 수정하고, 검증하는 방식을 통해 최선의 길을 찾아냈다. 그 과정을 통해 드라마는 정말로 어느 누구 한사람의 힘만으로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고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역량과 열정이 온전히 녹아들어야 최선의 작품이 나온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 1994년 KBS 입사 후 26년째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수 많은 명작들을 많이 만들어냈는데,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올 수 있는 비법이 있을까요?

대중예술 분야에서 오래도록 활동을 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 사이의 균형점을 잘 찾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이야기, 자신이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끝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의 관심과 취향은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넋 놓고 한곳에 머물러있으면 순식간에 시대 흐름에 뒤처진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그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악의 꽃’이 오래오래 여러분들 마음속에 남길 바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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