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흉물' 버려진 자전거, 5년 새 두 배

입력 2020-10-06 17:36   수정 2020-10-07 00:28

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신길역 2번 출구를 나서자 자전거 50여 대가 빼곡하게 세워져 있는 거치대가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오랫동안 쓰지 않고 버려둬 손잡이와 체인 등에 녹이 잔뜩 슨 자전거가 대부분이었다. 자전거 앞에 달린 바구니는 먹다 버린 일회용 커피컵과 전단, 담배꽁초 등으로 채워져 쓰레기통을 떠올리게 했다. 보관소가 방치 자전거로 가득 찬 탓에 정작 시민들은 타고 온 자전거를 근처 난간에 기대어 세워 놓고 지하철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치 자전거 5년 새 두 배 늘어
자전거 거치대 등에 버려진 방치 자전거가 거리 위 ‘애물단지’가 됐다. 멀리서 보면 고철 덩어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도시 미관을 해치는 데다 인도를 점령해 시민들의 통행까지 방해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선 방치 자전거가 광고판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자전거 짐칸에 광고 패널을 묶어 놓는 식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수거하는 방치 자전거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자전거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수거된 방치 자전거는 3만4609대로 집계됐다. 2014년(1만6585대)과 비교해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에서만 지난 한 해 동안 1만7911대의 자전거가 길 위에서 수거됐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야외활동이 늘어 자전거 구매가 폭증한 데다 여름철 많은 비가 내려 못 쓰게 된 자전거가 증가한 탓에 수거되는 방치 자전거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방치 자전거를 확인하고, 이를 수거하는 데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대부분 다시 탈 수 없을 만큼 훼손된 데다 고물상에서도 고철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처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자전거 등록제
버려지는 자전거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일각에서는 방치 자전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전거 등록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전거 등록제는 자동차처럼 자전거도 구매 시 지자체에 등록하고, 고유번호를 부여받는 제도다. 자전거의 무단 방치와 도난 등을 막을 수 있어 일본 등에서는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자전거 등록제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자전거 등록제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15곳뿐이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노원구와 양천구, 강동구 등 세 곳만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마저도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자전거를 등록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 등록된 자전거는 13만1917대에 불과하다.

자전거 관련 정책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자전거 등록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등록제를 의무화하면 자전거를 등록하지 않거나 방치하는 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자전거 이용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등록되지 않은 자전거를 단속하는 데 들어가는 행정비용도 문제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동차보다 훨씬 숫자가 많은 자전거를 일일이 등록하고, 등록되지 않은 자전거를 단속하려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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