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살 공무원 수색 시늉만…나라가 이래도 되나

입력 2020-10-06 17:50   수정 2020-10-07 00:18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아들은 “시신조차 못찾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물었다. 우리 군이 지난달 22일 이씨를 사살하라는 북한군의 통신을 감청했으면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과 이후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두고 유족으로서 절절한 절규를 담은 편지다.

이 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가 방기됐다는 점에서 결코 적당히 넘겨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총살 보고를 받은 지 125시간 만에 문 대통령이 내놓은 첫 메시지는 김정은의 사과를 “각별하다”며 “남북관계 진전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참으로 해괴한 것이었다. 유가족에게 위로와 송구함을 표하기는 했지만 이후 정부 대응을 보면 과연 진정성 있는 사과였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가 남북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한 채 북방한계선(NLL) 이남 수색작업조차 시비를 걸고 있다. 해경은 북한 눈치를 보느라 조명탄조차 못 쏘고 형식적인 수색만 거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어제 편지에 대해 “나도 마음이 아프다. 해경 수색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했지만 수색 시늉만 하는 해경을 어떻게 믿고 기다리라는 말인가.

정부가 이번 일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든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월북 주장’의 진위부터 따져야 한다. 집권세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왔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6년에 걸쳐 수차례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이 있었건만 여전히 미진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 사건은 북한에 의한 고의적 살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세월호에 비해 더 클 수도 있다.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세월호 사고 당시 동조 단식까지 했던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느냐”는 어린 학생의 눈물 어린 질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세계 한인의 날인 그제 “이제는 조국이 역할을 해야 할 때로, 힘들고 지칠 때 언제나 내 조국 대한민국이 있다는 용기와 자부심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피살된 공무원의 아들은 대통령의 이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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