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압승→더 많은 부양책' 원하는 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10-06 07:50   수정 2020-11-05 00:33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급등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1.68%, S&P500 지수 1.80%, 나스닥 2.32%나 올랐습니다.



상승 배경은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호전됐다는 소식에 올랐다고 보는 겁니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전날 이르면 5일 대통령의 퇴원이 가능하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이날 오후 6시30분에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나왔습니다.

오후 2시37분 퇴원 결정을 트윗하자 350포인트 가량 상승하던 다우 지수가 450포인트까지 상승폭을 확대한 게 이런 시각을 대변합니다.

또 감염 등으로 조바심이 난 트럼프 대통령이 재정부양책 합의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를 달궜습니다.

두 번째는 완전히 다른 시각입니다.

트럼프의 코로나 감염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기를 잡았고 민주당이 상원까지 싹쓸이하는 압승 모드가 예상되는 덕택에 증시가 올랐다는 해석입니다.


바이든은 전날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NBC 여론조사에서 53대 39로 최대 14%포인트까지 격차를 벌렸습니다. 또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도 51%의 지지율로 트럼프를 10%포인트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프리딕트잇 등 각종 정치도박 사이트에서도 비슷합니다.

게다가 이날 공화당주로 꼽혀온 애리조나에서 바이든이 49대 41로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스윙스테이츠에서도 점점 불리해지는 판국입니다. 지난 2016년 트럼프의 깜짝 승리를 만들어낸 '샤이트럼프'(숨어있는 트럼프 지지자)는 이미 다 노출된 반면,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싫어해 투표하지 않았던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은 투표 참여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월가가 가장 두려워하던 게 오는 11월3일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연출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질 경우 우편투표 개표 문제 등을 들어 승복을 거부하면서 내년 1월 연방대법원이 판결할 때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시나리오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지난 29일 대선토론에서도 "우리는 몇 달 동안 (결과를)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며 승복 약속을 하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쪽이 압승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불확실성이 확연히 감소하기 때문에 증시가 올랐다는 시각입니다.

이렇게 보는 쪽에선 주가와 함께 금리, 환율 등을 근거로 듭니다. 이날 10년물, 30년물 국채금리는 상당폭 올랐습니다. 장기물 채권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도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민주당이 집권해 지속적으로 더 많은 부양책이 쏟아질 경우 리플레이션(물가가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 이전 수준까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 국채 금리는 미 중앙은행(Fed)의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노출되어 묶여있지만 장기 국채금리는 오르면서 수익률곡선의 기울기도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환시장에서도 더 많은 달러가 풀릴 것이란 예상에 달러 가치는 약세, 트럼프 퇴진 예상에 중국 위안화 가치는 추가로 올랐습니다.



월가는 이 가운데 두 번째 시각으로 기우는 곳이 많습니다. 트럼프가 병상에 있던 지난 주말 바클레이즈를 필두로 JP모간, 씨티, 제프리스 등 상당수 증권사들은 '바이든 압승으로 대선 불확실성 감소+민주당 상원 장악→더 많은 부양책'이란 시나리오를 들고 나왔습니다.

블룸버그도 이날 아침부터 'A Clear Cut Biden Win is Emerging as a Bull Case for Stocks'(바이든 압승이 증시 강세장 케이스로 떠오르고 있다)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퇴원이 큰 호재일까"라며 "실제 미국 대통령 부재는 증시에 큰 악재가 아니었다"며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했던 1963년 11월, S&P 500 지수는 8개월 연속 상승해 당시 최장기 월간 상승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의 퇴원은 대선이 연기되거나, 다른 공화당 후보가 필요할 가능성을 줄이기 때문에 어쨌거나 대선 불확실성을 감소시킨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월가는 바이든과 민주당에 대해 비우호적이었습니다. 트럼프가 내린 법인세 세율을 다시 올리고,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도 높일 것이 확실시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바이든이 당선된다해도 뉴욕 증시에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민주당 정부는 공화당에 비해 항상 더 많은 재정 지출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금 민주당에는 '돈을 찍어 마구 쓰자'는 현대통화이론(MMT)을 부르짖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이 실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낸시 펠로시 의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협상중인 4차 부양책에서도 드러납니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3조3000억 달러를 들고 나와 현재 2조2000억 달러까지 깎은 상황이지만 공화당은 초반엔 3000억 달러를 제안했었습니다. 지금은 1조6000억 달러까지 높였지만요.

월가는 어느 당이 집권하든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인프라딜에서도 그동안 공화당은 정부는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수준으로 예산을 집행하려 하지만, 민주당은 온전히 세금을 퍼부어 인프라딜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는 각국 정부가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해 의료, 주택, 디지털화 등에 공공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진국과 개도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 만큼 공공 투자를 늘리면 직접적으로 700만개, 간접적으로는 최대 3300만 개까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따져봐도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뉴욕 증시는 좋았습니다. 아니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았습니다.

찰스슈왑에 따르면 1900년부터 따져 1만 달러를 공화당 대통령 시절에만 투자했다면 지금 9만8338달러가 됐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대통령일 때만 운용했을 경우 42만9526달러에 달합니다.



특히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동시에 지배했을 때 증시의 연간 수익률은 7.2%로 '공화당 대통령+민주당 의회 지배'일 때 연 2.4%나 '공화당 대통령+상하원 지배가 엇갈릴 때' -2.9%보다 훨씬 높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민주당 바람(대통령+의회 압승)이 불 경우 경제 전망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대통령과 의회를 장악하면 최소 2조 달러 이상의 재정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특히 대통령은 물론 의회까지 민주당이 장악하면 법을 쉽게 통과시킬 수 있어 경제 성장의 급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새로운 무역 충돌 위험의 감소, 더 강한 글로벌 성장 전망도 긍정적인 요소로 들었습니다.

다만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증시엔 혼재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탓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선 3박4일만에 빠른 퇴원을 강행했습니다. 계속 병원에 머물다간 병약한 대통령이란 부정적 이미지만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빨리 감염을 이겨내야 "코로나는 감기 수준"이라던 자신의 말을 입증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증 환자에게만 쓰는 렘데시비르와 덱타메타손(스테로이드 계열), 임상실험중인 리제네론의 항체 칵테일 등까지 모두 적용한 상태입니다. 검증이 끝나지 않았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약까지 총동원한 74세 환자가 3박4일만에 퇴원하는 것이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다시 상태가 나빠져 병원으로 돌아와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 주치의인 숀 콘리 등 의료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지만 퇴원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저녁 감염이 확인됐지만 대여섯 시간 동안 함구시켰다가 2일 새벽에 공개했습니다.

트럼프는 4일 병원 앞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건강을 과시하듯 전용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이날 '자신에게 투표하라'는 연쇄 트윗을 30여개 가까이 날리기도 했습니다.



또 부양책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난 4일 "미국은 부양책을 원하고 필요로 한다. 협력해서 마무리 짓자"고 공화당을 압박하는 듯한 트윗을 날렸습니다. 이날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잠정적으로 부양책 타결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가 부양책에 목을 맨다면 무게 추는 2조2000억 달러 수준인 민주당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공화당 상원의원 다수가 이를 싫어하지만 통과될 수 있습니다. 펀드스트랏은 "트럼프가 펠로시와 합의할 경우 (대규모 부양책을 반대해온) 공화당도 상원 투표에 부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전원과 공화당 (트럼프 말을 잘 듣는) 13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렇게 통과될 부양책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요? 민주당 입지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꿈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P.S.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서울판 게재를 시작합니다. 몸은 서울에 있지만, 새벽부터 해외 시장을 파헤쳐 매일 아침 8시께 뉴욕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또 한경의 특파원들(뉴욕, 워싱턴, 실리콘밸리, 베이징, 도쿄)과 증권부, 국제부, 마켓인사이트부, 디지털라이브부 기자 10여명도 힘을 모아 <한경 해외주식라운지>('해주라')를 선보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는 그 중 하나의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해주라'는 뉴스레터 서비스도 개시합니다. 다음주부터 매일 오전 이메일을 통해 최신 해외 증시 소식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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