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낸 중소기업에 '강제배당' 강요하는 정부

입력 2020-10-06 10:56   수정 2020-10-06 10:59


가족기업(개인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세법 개정안은 지난 8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6일 개인유사법인의 사내유보금 과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개인유사법인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는 최대 주주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이 80% 이상인 가족기업에 적용된다. 가족기업이 대부분인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개정 세법의 영향권에 들어온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개인유사법인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은 조사대상 300곳 중 절반(49.3%)에 달했다.



소득을 올리면 투자를 하거나 배당을 하는 것이 원칙이며 사내 유보금은 가능한 줄이라는 게 세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정부는 적정 유보소득의 최대값을 유보소득과 배당을 합한 금액의 50% 혹은 자본금의 10% 중 큰 금액으로 규정했다.

100억의 소득을 올린 개인유사법인이 80억원을 사내에 유보하고 20억원을 배당한다고 가정하면 적정 유보소득 최대값은 50억원이 된다. 80억원에서 50억원을 뺀 30억원이 초과 유보소득인 셈이다. 정부는 이 회사의 초과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주주에게 소득세를 물릴 예정이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의 숫자는 상당하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9년 법인세 신고법인 78만7000개 중 개인유사법인은 35만개 안팎이다. 적정 유보소득을 초과하는 법인은 6만5000개로 추정된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법인은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유보소득을 늘릴 수 있는데 유보금이 많아졌다고 획일적으로 과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미실현이익에 세금을 물린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경연은 이 제도가 원하지 않는 배당을 야기해 중소기업의 성장기반인 자본 축적을 저해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 연구원은 "사내유보금이 많이 적립됐다는 이유만으로 과세하는 것은 투자·연구개발 등을 통한 기업의 미래성장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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