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상여금, 통상임금일까 아닐까

입력 2020-10-07 15:06   수정 2020-10-07 15:08


A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지급하지 않은 임금(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소송이 제기된 지 9년여 만인 지난 8월 최종적으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근로자들에 대한 승소 판결을 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이 사건과 같이 대법원이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정치·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 등에 대해 재판하기 위해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되는 합의체) 판결을 통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이후 근로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상여금, 가족수당, 성과급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지급하지 않은 연장근로수당 등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일명 통상임금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통상임금 소송’이 계속되는 것은 근로기준법시행령 제6조 제1항에서 ‘법과 이 영에서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 중 어떤 것이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수당, 해고예고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임금과 관련해 대법원은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에 관하여 사용자와 근로자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지급)·일률적(모든 근로자 또는 일정한 조건이나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고정적(근로자의 업적, 성과 등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이 확정된 것)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그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구체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어떤 금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면 전체 근로자에게 실제 지출 여부와 상관없이 매월 일정액 이상 지급되는 식대보조비와 차량유지비, 부양가족이 없더라도 일정액을 지급하고 부양가족 수에 따라 일정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가족수당, 일정한 자격을 가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자격수당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고, 매월·격월·분기·명절(설, 추석) 등에 정기적으로 전체 근로자에게 일정액 이상이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매년 1회 근로자의 업적 또는 성과에 따라 전체 근로자에게 최저 금액 이상의 지급이 확정돼 있는 성과급도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으며, 최근 대법원은 항공사 국제선 승무원에게 외국어 자격에 따라 지급된 어학수당에 대해서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중식보조비, 차량유지비를 실비로 정산해 지급하면 임금이 아니라 실비변상적 금품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배우자 자녀 등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만 지급하는 가족수당은 일률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으며, 매년 1회 지급하는 성과급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업적 또는 성과에 따라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면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중식보조비, 차량유지비, 가족수당, 정기상여금, 성과급 등이 근로자들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된다고 하더라도 지급일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고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하여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면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선택적 복지제도를 시행하면서, 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식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취업규칙(사업장 내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해 사용자가 정한 규칙) 등에 근거해 근로자들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배정한 경우 이런 복지포인트는 임금이 아니어서 통상임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 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신의에 현저히 반할 수 있다고 판단, 근로자들의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사용자에게 추가 임금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돼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위와 같이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수당, 해고예고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의 지급 기준이 되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한 금품 중 일부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법원에서 수많은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사용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송 등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통상임금을 제대로 산정하여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지, 취업규칙 등 임금 지급과 관련한 규정에 대한 개정 등 정비가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서수완 < 법무법인 감천 대표변호사 suwanseo@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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