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경영간섭 싫다"…잇따라 자회사 상장폐지

입력 2020-10-07 17:59   수정 2020-10-08 01:56

자회사를 상장폐지하는 일본의 상장 대기업이 늘고 있다. 그룹 전체가 합심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공개매수 등을 통해 자회사 지분을 100% 사들인 뒤 상장폐지한 상장기업은 15곳에 달했다. 3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규모(12곳)를 넘어섰다.

자회사 상장폐지에 조(兆) 단위 자금을 쏟아붓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일본 최대 통신회사인 NTT는 이동통신 자회사인 NTT도코모에 대해 4조2000억엔(약 46조원) 규모의 공개매수를 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공개매수 사상 최대 규모다. 소니와 이토추상사도 금융 자회사인 소니파이낸셜홀딩스와 편의점 자회사인 패밀리마트 지분 100%를 확보하는 데 4000억엔과 5800억엔씩을 투입했다.

자회사 상장폐지는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한 상태가 그룹 경영의 족쇄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저마다 자사 소액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경영하다보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례가 잦다는 것이다. 사와다 준 NTT 사장은 “소액주주의 권익을 중시하다보니 의사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위기에 그룹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모자회사 상장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기업들은 두둑한 내부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어 보다 과감하게 공개매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금성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일본 기업의 비율은 45%로 미국(15%), 유럽(21%)의 두 배를 넘는다.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모회사와 동시에 주식시장에 상장한 일본 자회사는 417개사로 전체 상장기업의 20%에 달했다. 작년 말까지 이 비율은 7%(259곳)로 줄었지만 1% 미만인 미국에 비해 여전히 높다.

주요 대기업들이 자회사의 기업공개(IPO)에 적극적인 한국도 모자회사 상장 비율이 높은 편이다. 경영권을 유지할 만큼만 지분을 보유하고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쓸 재원을 적극적으로 확보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모자회사 상장은 자칫 전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영의 비효율성이 노출되면 모회사 가치가 자회사보다 떨어질 수 있어서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는 작년 3월 18일 한진칼 지분 12.80%를 사들여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당시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시가총액은 5조9841억원이었던 반면 모회사인 한진칼은 1조6154억원에 불과하고, 조양호 당시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율이 30%도 안 된다(28.94%)는 점을 노렸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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