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못' 촘촘히 박힌 주거 사다리…단칸방서 넓혀간다? 이젠 전설같은 얘기

입력 2020-10-08 17:37   수정 2020-10-15 16:10



경기 용인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는 오모씨(26)는 회사 근처에서 보증금 700만원, 월세 50만원짜리 전용 36㎡ 규모의 오피스텔에 산다. 오씨는 “관리비와 가스, 전기요금 등을 합쳐 매달 70만원 가까이 낸다”며 “월급으로 220만원을 받아 3분의 1가량 주거비로 내고 나면 쓸 돈이 없다”고 했다. 그는 “게다가 최근 집값과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월세까지 오르는 분위기”라며 “전세로 이사하는 건 둘째치고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월세로 시작해 전세로 옮겨간 뒤 이를 발판 삼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전형적인 ‘한국형 주거 사다리’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내 집 마련 사다리의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올해는 주거 사다리의 첫 단계인 전·월세시장까지 불안해지면서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월세 부담
지난해 전국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RIR)은 16.1%로 전년(15.5%)에 비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수도권은 2018년 18.6%에서 작년 20.0%로 급등했다. 월급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통계 자료가 없어 연구할 수는 없지만 지난 7월 말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이 수치가 더 가파르게 올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치가 오르면 내 집이 없는 청년층의 주거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최근 ‘세대 간 주택시장의 이해와 주거유형 선택의 경제적 함의’ 보고서에서 “청년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목돈 마련 부담과 신용 제약이 크다”며 “월세 비중 확대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주거안정성을 저해한다”고 분석했다.

송 부장은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상한제(5%)가 시행되고,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요건(2년)이 추가되면서 주택 전세 공급이 급감했다”며 “상당수 임차인이 전세 대신 고액의 월세 부담을 안고 계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급등에 무너진 사다리
월세 확대와 전셋값 급등은 청년층이 주거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월세를 살고 있다는 5년차 직장인 박모씨(32)는 “전세로 갈아타기 위해 매물을 계속 살펴봤는데 지난 7월 말 임대차법이 시행되자 전세가 사라지고 값도 크게 뛰었다”며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전셋값은 예전 집값 수준으로 오르니 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3.3㎡당 1992만원으로 2000만원에 육박했다. 이는 5년 전인 2015년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1998만원)과 비슷한 수치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불과 5년 전 아파트 매매가와 비슷할 정도로 급격하게 오른 것이다. 전세가뭄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9.3으로 집계됐다. 이 지표는 0~200 범위에서 산출되는데 기준점인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작년 3월 100을 넘어선 뒤 계속 상승하다가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후 180을 훌쩍 넘어섰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새로운 임대차 계약에는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때마다 전셋값이 오르게 된다”며 “전셋값과 연동해 월세까지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젊은이들의 주거 불안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양질의 주택공급 신호를 지속적으로 줘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층 소득향상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특별취재팀 - 노경목 경제부 차장(팀장), 최진석 건설부동산부 기자, 조미현 정치부 기자, 서민준·강진규 경제부 기자, 배태웅·양길성 지식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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