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광화문 차벽…시민들은 '통행 불편' 상인들은 '한숨'

입력 2020-10-09 15:20   수정 2020-10-09 15:46



“어디 가세요?” “교보문고 쪽으로 가려는데요.” “그쪽으로 못갑니다.”

한글날이자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는 개천절인 지난 3일과 마찬가지로 통행이 통제됐다.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은 정상 운영됐지만 일부 출입구는 막혔다. 이날 광화문광장을 가로지르는 도보 이동이 금지됐다. 광화문 인근 길목마다 지키고 있던 경찰들은 지나는 시민들에게 ‘어딜 가시냐’고 물었다.
“불편하지만 따라야”vs“길 안내도 재대로 안 해”

시민들은 대체로 통행 제한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위한 방역 조치로서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종로구청을 지나던 30대 남성 이모씨는 “오늘 집회하는 것은 알았는데 이 정도로 교통이 제한될 줄은 몰랐다”며 “불편하지만 정부에서 하는 방역 조치라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지나친 통제로 인해 ‘이동의 자유’를 제약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시민도 있었다. 이들은 통로를 가로막은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광화문 인근 오피스텔에 거주한다고 밝힌 김모씨(30)는 “교보문고 근처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하는데 가는 방법도 안 알려주고 뱅뱅 돌고 있다”며 “방역 조치라고 하지만 지나친 기본권 침해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개천절에 광화문광장을 경찰버스로 에워쌌지만 이날 ‘차벽’ 규모를 대폭 완화했다. 다만 광장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고, 진입을 막아 접근은 어려웠다. 마포대교, 한강대교 등 서울로 진입하는 길목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집회 참가 의심 차량에 대해 검문을 실시하면서 다소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경찰이 시민들의 도심 통행을 돕고자 셔틀버스 4대를 운영했으나 안내가 미흡했다는 반응이다. 40대 여성 유모씨는 “종각에서 지인과 만날 약속을 잡았는데 길을 돌아가야 한다면 제대로 안내를 해줘야할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했다.

광화문 상인 “정부에서 피해 보전해줬으면”

광화문 인근 상인들은 개천절에 이어 오늘도 한숨만 내쉬었다. 통행이 엄격히 제한된 광화문광장 근처의 상인들은 휴일 장사를 못한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광화문광장과 포시즌스호텔 사이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남모씨는 “오늘 입객한 사람은 한두 명뿐이다”며 “이런 날은 10만원도 팔지 못하지만 본사와의 계약 때문에 닫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코로나 방역은 이해하지만 시나 정부에서 피해를 보전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교보문고 광화문점 등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휴점한다고 공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행사를 기자회견으로 대체했다. 이들은 기본권 침해라며 집회 자유를 보장하라는 입장이다. 8·15광화문국민대회비대위의 강연재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방역은 공원에서 마스크 없이 김밥 먹는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며 “야외 집회에 맞는 맞춤형 방역수칙 마련해 관리감독을 하면 될 것을 문재인 정부는 무조건 막고 있다”고 반발했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도 정부를 비난하는 말을 하거나 경찰에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큰 갈등이나 집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지역 신고 집회는 지난 7일 낮 12시 기준 1210건이다. 이 가운데 10인 이상 주요 도심권 집회 36건, 기타지역 집회 32건 등에 대해서는 모두 금지 통고가 이뤄졌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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