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못걷은 세금 44조…징수율 역대 최저

입력 2020-10-09 17:59   수정 2020-10-15 16:46

국세청이 징수를 결정한 세금 대비 실제 걷힌 세금을 뜻하는 ‘국세 징수율’이 작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 심화로 세금을 제대로 못 내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경제에 악영향을 준 정부 정책과 국세청의 무리한 과세도 징수율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국세 징수 현황에 따르면 과세당국은 지난해 신고·부과된 328조7000억원의 국세 가운데 284조4000억원을 징수했다. 마땅히 걷어야 할 세금 약 44조원을 못 걷었다는 뜻이다. 징수율은 86.5%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리한 정책으로 징수율 하락 자초
국세 징수율은 외환위기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89~92% 수준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13년 91.1%에서 2014년 88.5%로 떨어진 이후 매년 하락해 작년엔 이전 최저치인 1998년 기록(86.8%)마저 깼다.

국세 징수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 둔화에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을 빼고는 항상 3%를 웃돌았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선 다섯 해나 2%대 성장률에 머물렀다. 작년엔 2.0%까지 떨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경기가 하강하면 납세자의 소득 여건이 나빠지기 때문에 세금 징수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여 자영업자 등의 경영난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 징수율은 2018년 85.5%에서 작년 82.7%로 크게 하락했다.

정부의 무리한 증세가 세금 체납 증가로 이어진 부문도 있다. 보유세가 그렇다. 2016년 8.6%였던 종합부동산세 체납률은 작년 9.5%로 올랐다. 자산은 많지만 소득은 적은 납세자가 보유세 인상 정책의 타격을 봤다는 분석이다.
무리한 과세로 환급금 증가일로
전문가들은 국세청의 무리한 과세도 징수율 하락에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징수 부진을 만회하려 세법을 무리하게 해석해 과세했다가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세 소송 패소에 따른 환급금은 2016년 1조6000억원, 2017년 2조1000억원, 2018년 2조2000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작년엔 1조1000억원으로 줄었지만, 이는 소송 규모가 큰 사건의 확정 판결이 지연되는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 밖에 작년엔 부가가치세 수입 중 지방정부에 내려보내는 비율이 11%에서 15%로 늘어난 점도 징수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로 세금이 제대로 안 걷히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이는 세수 감소→재정 적자 심화→재정 정책 제약→경기 침체 심화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 여당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어 투자·고용 악화와 세수 부진이 심해지리란 우려가 나온다.

윤 의원은 “대규모 세수 펑크 사태를 막으려면 정부는 기업과 가계에 자유로운 경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국세청도 무리한 세금 부과를 자제하되 부과한 세금에 대한 징수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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