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양광 발전 중단시켜도 문제…한전 '못사준 전력' 보상해줘야

입력 2020-10-09 17:56   수정 2020-10-15 16:46


전력 공급이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으면 전력 공급이 부족한 것만큼이나 문제가 된다. 먼저 전기 주파수가 표준(60±0.5㎐)에서 벗어나 전력 ‘품질’에 문제가 발생한다. 주파수가 표준을 벗어나면 공장 생산설비의 수명이 짧아지고 고장이 잦아지게 된다.

여기서 초과 공급이 더 심해지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까지 일어날 수 있다. 주파수에 좌우되는 터빈이 헛돌면서 발전소가 고장나기 때문이다. 주파수를 사람의 맥박에 비유하면, 빈맥 현상으로 심장에 무리가 간 나머지 결국 심장이 멎는 것이다.

이런 전력의 초과 공급 위험은 문재인 정부 들어 대폭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한국전력이 태양광 출력제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전력 공급 과잉이 우려될 때 일부 태양광 시설의 송전을 차단하고 이로 인해 태양광 사업자가 전력을 판매하지 못해 본 손해를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출력제한으로 전기료 인상되나
미국 영국 일본 등 신재생에너지 선진국 중 상당수는 태양광 출력제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한국도 출력제한 제도의 근거 법령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 고시를 개정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기의 출력을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설비 고장이나 전력 수급 불안정 등을 방지한다는 명목이다.

문제는 출력제한 제도가 전기요금 인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자들에게 지급할 보상금 재원으로는 한전 재원 또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로 인한 부담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상액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면 전국 2만여 곳에 달하는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제주 전남 경북 등 일부 지역에만 출력제한 명령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태양광 보급을 장려하면서 땅값이 싼 이들 지역에 태양광이 집중적으로 들어섰는데, 지역 내 전력 수요는 적어 전력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송전선을 추가 건설해 수도권 등 전력 수요가 많은 곳에 전력을 보내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비효율적이고 주민 반발이 커 현실화되기 어렵다.

한전 등 전력당국은 지난 6월 제주도에 출력제한 제도 시행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예고해놓은 상황이다. 제주도가 감당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총 설비용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9만㎾다. 하지만 이미 설치된 용량만 한도의 94.2%(55만6000㎾)에 달한다. 환경단체조차 “태양광 과속을 멈춰야 한다”고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한전이 “관련 규정이 없어 출력제한에 대한 보상이 어렵다”고 하면서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설치 못하는 태양광 설비 급증
‘태양광 과속’으로 정부만 믿고 태양광발전에 뛰어든 개인사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재생에너지 계통연계 현황’에 따르면 민간 사업자가 허가를 받은 전체 설비 규모는 143만2000㎾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중 42만8700㎾는 송전선로 부족 등으로 전력망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지를 사고 발전 허가를 받았는데도 인프라 부족으로 땅을 놀리고 있는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해당 시설을 전력망에 연계하기 위한 송배전선로 설치 등 비용만 709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양 의원은 “정부가 송전 인프라 등 종합적인 고려 없이 목표치 달성에만 집중해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태양광 과속을 줄여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태양광 기업 임원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에서는 한국이 겪고 있는 송전 문제 등이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며 “선진국처럼 초기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보급 및 인프라 마련 계획을 세워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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