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인간과 AI 간 경쟁이 시작됐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이름의 AI를 활용한 각종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4년간 벌인 ‘인간 대 AI’의 1라운드 투자 대결은 ‘지구인’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첫선을 보이면서 2라운드가 시작됐다. 진화한 AI는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동안 AI 펀드는 기대에 못 미쳤다.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펀드가 허용된 첫해 8개 펀드가 개설됐다. 이듬해인 2017년에도 8개가 새로 출시됐다. 하지만 ‘반짝 인기’였다. 2018년에는 2개가 청산됐다. 작년과 올해 새로 나온 로보어드바이저펀드는 3개에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수익률이 투자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데다 손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결과로만 본다면 AI의 참패”라고 말했다.
AI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EMP펀드도 인간에 미치지 못했다. EMP(ETF managed portfolio)는 특정 자산군이나 지수, 테마 등에 따라 움직이는 ETF에 투자한다. 여러 개의 ETF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셈이다. 특히 EMP펀드 중에서 자산배분 전략을 추구하는 펀드일수록 AI 활약이 두드러진다. 주식은 물론 채권, 회사채, 리츠, 원자재 등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AI가 조절한다. 실제 국내 17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가운데 10개가 자산배분(멀티애셋 포함) 전략의 EMP펀드다. 하지만 수익률은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 못 미친다. 17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89%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공모 글로벌 자산배분전략 펀드의 평균 수익률(3.71%)에 크게 뒤진다. 수익률 1, 2위는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KTB자산운용의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연초 대비 수익률 6.94%)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EMP리얼리턴플러스(4.85%)였다.
AI 자문형 펀드인 키움불리오글로벌멀티에셋과 브이아이ROKI1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각각 -3.10%, 0.05%에 그쳤다.
업계에선 눈에 띄는 변화가 없으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19 장세를 거치면서 주요 자산군 간 상관관계가 사실상 붕괴한 상태라 직접 AI의 로직에 개입해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식형 ETF 가운데 액티브 운용상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주식형 ETF는 특정 지수의 성과를 그대로 따라가는 인덱스형 펀드만 거래가 가능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선 아크(ARK)운용사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 등과 같이 혁신기술 테마에 맞춰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펴는 상품이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액티브 ETF에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형태의 ETF가 이미 시장에 존재하기 때문에 일단 수익률로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AI투자에 대한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범진/박재원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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