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IMF·기관의 경기전망, 얼마나 믿어야 하나

입력 2020-10-11 17:03   수정 2020-10-12 00:52

바야흐로 예측 시즌이 시작됐다. 13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각종 전망기관이 예측치를 발표하는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토대로 내년 주가 수준과 산업별 전망을 발표하는 증권사의 증시 포럼도 열릴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고난의 시기’를 맞은 전망기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코너에 몰리고 있다. 경제주체들을 안내하는 본래의 역할은 고사하고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예상과 뭐가 다른가’ 하는 혹평까지 나올 정도다.

전망기관들이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양대 요건 중 손쉬운 ‘예측 주기’부터 흐트러졌다. 경기 사이클 단축 현상과 함께 ‘1년’ ‘반기’ ‘분기’로 단축돼온 예측 주기가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수시’ 체제로 바뀌었다. 매년 4월과 10월에 ‘정기’, 1월과 7월에 ‘간기’ 보고서를 발표하던 IMF도 보고서를 앞당기거나 전망에 대한 의견을 수시로 내놨다.

예측력도 크게 떨어졌다. 수시로 예측치를 내놓을 때 ‘상향’ 혹은 ‘하향’ 조정 추세가 바뀌거나 수정 전망치가 직전치에 비해 10% 이상 벗어나면 예측이라고 볼 수 없다. 실적치 대비 전망치의 절대 오차율도 30%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추세까지 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전망기관들은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IMF의 기업취약지수(CVI) 기법, 일본은행(BOJ)의 대차대조법(BS) 방식, 경제예측사이클연구소(ECRI)의 큐브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계열 자료를 토대로 한 모델에 의한 예측치를 내놓은 종전의 방식을 뛰어넘지 못했다.

새로운 예측방법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끌었던 것은 ECRI의 ‘경제 사이클 큐브’ 방식이다. 이 방식은 크게 경제성장과 고용, 인플레로 3차원을 구성한다. 경제성장은 다시 무역과 국내 경제활동으로, 국내 경제활동은 부문별 장단기 선행지수로 세분된다. ECRI에서는 이 모델을 통해 100개 이상의 선행지수를 통합함으로써 더욱 정확하고 신뢰받는 예측을 추론해낸다.

이 방식을 통해 올해 4분기 주가를 예측해보면 가장 중요한 1차원인 세계 경기는 지난 2분기를 저점으로 불안하지만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2차원에 해당하는 기업 실적은 예상치보다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 3차원인 유동성은 풍부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4분기 증시는 좋은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망기관들이 여전히 가장 많이 활용하는 시계열 자료를 토대로 한 모델 예측은 ‘정량적 단계’와 ‘정성적 단계’로 나뉜다. 전자 단계에서는 시계열 자료의 인식과 연속성 유지 등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예측력이 좌우된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관할 범위 확대, 금융과 실물경제 간 연계성 약화, 새로운 산업 탄생 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예측 관계자의 상황 판단, 전문적 지식과 경륜, 직관력 등이 반영되는 후자 단계가 코로나 사태 이후 중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확실성 시대(1977년 케네스 갈브레이스 교수가 처음 사용)’에 접어든 지 오래인 만큼 후자 단계에서 활용되는 예측기법도 수없이 많다. 이 중 ‘델파이기법’ ‘직관적 예측’ ‘자유토론 기법’ 등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이런 예측기법들도 자체적으로 함정을 갖고 있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한계가 드러난다. 구체적으로 △모델 추정치에 집착하는 함정 △심리적 편향에 따른 함정 △고정관념 함정 △자기 과신 함정 △기억력 함정 △신중함의 함정 △증거확인 함정 등 이른바 ‘루비니-파버의 7대 함정’이다.

예측이 어렵고 틀렸다고 해서 예측 자체가 무용한 것은 아니다. 일부 증권사가 리서치센터를 ‘비용 부서’라고 잘못 판단해 대폭 축소하면서 사전에 검증되지 않는 예측이 유튜브 등을 타고 난무하고 있다. 각종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해당 증권사와 고객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도 이 요인이 크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시화하는 시대에는 정확한 미래 예측이 생존의 전제가 된다. 국가, 기업, 금융회사, 개인은 다가올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비하고,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래 예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여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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