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디 귀한 전세…이젠 수도권도 '깡통전세' 주의보

입력 2020-10-13 10:16   수정 2020-10-13 10:18

“매매 물건은 많은데 전세는 매물이 없어요. 최근 전셋값만 폭등해 거의 매맷값에 다다랐어요. 하지만 그간 워낙 집값이 잘 오르지 않던 지역이라 수요자들이 선뜻 집을 사기는 불안해해요.”

13일 경기 화성시 병점동에 위치한 ‘안화동마을주공7단지’ 아파트. 입주 17년이 된 데다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조정대상지역에 묶이면서 집값은 제자리걸음을 한 아파트다. 반면 전셋값은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을 겪으면서 급등했다. 한달 새 5000만~7000만원가량 뛰었다. 총 743가구에 달하는 이 아파트에선 전세 매물이 현재 단 하나 밖에 없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59m²는 지난달 2억6000만 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같은 달 동일한 크기의 매물이 2억5300만원에 매매 거래돼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뛰어넘었다. 전세값이 매매가를 뛰어넘은 것이다.

최근 극심한 전세품귀 현상 속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100%에 육박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외곽에서는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값을 넘어서는 경우도 나오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 우려는 지방 구축 아파트에서 주로 나왔다. 지역 경기침체와 함께 집값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도 '똘똘한 한 채'와는 거리가 먼 구축이나 외곽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깡통주택은 매매가격이 전세가격 아래로 떨어져 전세 만기 시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집을 말한다. 최근 각종 부동산규제로 투자자들이 수도권 외곽 아파트 매매를 꺼리는 한편, 임대차법 시행으로 기존 주택에 눌러 앉는 수요로 전세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경기 시흥시 월곶동에 위치한 ‘풍림아이원1차’ 전용 32m²는 지난달 말 87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달 초 매매가(8500만원)보다 전세가격이 200만원 더 높았다. 지난 7월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1억3800만원에 ‘신동아’ 아파트 전용 84m²를 산 한 집주인은 9월에 1억4000만원에 세입자를 받았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200만원 비싸게 형성된 것이다.


서민들이 주로 사는 구축이나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매매가를 뛰어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 서민의 주거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성 정남면 발산리에 위피한 ‘동남훼미리’ 전용 39㎡는 최근 실거래 기준 매매값이 7000만원 중반대 수준인 서민 아파트 중 하나지만 전셋값은 8000만원을 넘어서면서 깡통전세 위험에 놓이게 됐다.

이같은 조짐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기도에서도 비교적 서울과 거리가 먼 외곽으로 꼽히는 지역에선 매매가는 하락하지만 전세가는 오름세를 보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하락과 보합이 번갈아 나오면서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전세가격은 매주 전주 대비 0.21∼0.30%씩 가파르게 뛰고 있다. 경기 포천도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0.03∼0%로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전세가격은 0.02∼0.13%로 오르는 중이다.

문제는 수도권 규제와 전셋값 폭등으로 인해 이런 '역전세' 상황이 발생한 후 ‘갭투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갭투자를 잡겠다고 정부가 각종 정책을 남발했지만 규제의 부작용 탓에 갭투자 수요가 자극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갭투자 증가 지역 1~5위는 경기 파주·김포·화성·시흥·남양주 순으로 모두 5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수도권 지역이다.

파주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집값과 격차가 좁아지니 다시 전세 낀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세입자들은 잘못하면 전세금을 일부 떼일 수도 있다는 걸 불안해 하면서도 워낙 매물이 부족해 위험을 무릅쓰고 전세 계약을 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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