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빵'으로 사흘 만에 악덕기업 된 파리바게뜨를 위한 변명

입력 2020-10-13 16:28   수정 2020-10-14 09:46


파리바게뜨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신제품 감자빵 판매를 12일 전격 중단했다. 출시 사흘 만이다.

사연은 이렇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지난 달 강원 평창군과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소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감자를 대량 수매했다. 계약 조건은 최소 100t 이상을 구매하는 것, 또 수익금 전액은 평창군에 장학금으로 돌려주는 것이었다. 개발과 판매 등 비용은 전액 본사가 부담하고 수익은 농민과 지역사회에 환원키로 했다.

SPC그룹은 일주일 만에 최소 계약 물량의 50%인 50t을 사들였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9일 강원도 감자를 활용한 '감자빵 제품 3종'을 내놨다. 배스킨라빈스도 감자로 만든 아이스크림 '미찐 감자'와 음료 등을 선보였다. 모든 감자는 '두백 감자' 등 강원도에서 재배된 것을 사용했고, 수매한 감자를 다 쓸 때까지만 판매하기로 했다.

문제가 된 건 감자빵 3종 중 '강원도 감자빵'이었다. 주말새 이 빵은 강원 춘천시의 감자를 테마로 한 ㄱ카페에서 만들어 파는 감자빵과 유사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ㄱ카페 대표는 SNS에 "파리바게뜨가 만든 감자빵은 외관으로 보나 캐릭터 모양으로 보나 저희 감자빵과 너무 흡사하다. 대기업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한다면 판매를 멈추고 소상공인과 상생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청년 창업가인 이 대표는 감자 품종을 개발해온 아버지와 함께 2018년 카페를 열었고, 올해 초 감자빵을 내놨다. 지역 명물로 소문나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도 특별 판매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도 SNS에 "파리바게뜨가 춘천의 작은 빵집이 만든 감자빵을 복사했다"며 "강원도 감자 재배 농민을 돕기 위한 감자빵이라고 홍보하는데 상생은 생각도 안하냐"고 지적했다.

예상치 못한 논란이 불거지자 파리바게뜨는 "상생의 취지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개인 카페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판단에 해당 빵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ㄱ카페 대표도 "판매를 중단해줘 고맙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은 달랐다. '판매 중단은 과한 조치'라는 주장이 나왔다. '감자빵'이 '초코파이'나 '쌀과자', '쑥떡'처럼 일반명사가 결합된 이름이고, 흔한 식재료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고유 특허라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한 감자 농가는 "농촌 경제를 돕고자 했던 기업의 '선의'가 퇴색된 게 유감"이라고 했다. 평창은 국내산 감자의 30%를 재배한다. 연간 약 3000여t을 생산한다. 이 중 3%를 한 기업이 사들이겠다고 하자 감자 농가들은 들떠 있었다.

SPC가 평창군을 돕기 위해 나섰다가 '악덕기업'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사흘이다. 차마 말하지 못한 사실도 있다. 파리바게뜨 중국 법인은 2018년 초 이미 '흙 묻은 감자' 모양을 한 '감자빵'을 내놨다. 베스트셀러였다. 그 빵은 이번에 내놓은 '강원도 감자빵'과 똑같이 생겼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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