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한성숙 대표의 최애가 '라방'인 이유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0-10-14 08:43   수정 2020-10-14 08:57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사석에서 만난 이들에게 들은 얘기다. 네이버라는 플랫폼 회사의 지향점에 대해 그는 딱 한 단어로 요약한다고 한다. ‘검색’이다. 연두색 네모난 작은 창이 발산하는 위력은 네이버를 국내 최고 플랫폼 업체로 성장시킨 시작점이었다. 더 많은 이들이 찾아와 더 많은 트래픽을 일으키도록 하는 게 검색광고 회사인 네이버의 목표라는 얘기다.

쇼핑으로 화제가 넘어가면 한 대표는 ‘네이버 라방(라이브 방송)’을 쉼없이 자랑한다고 한다. ‘라방’은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와 상품을 팔수 있는 동영상 채널이다. TV홈쇼핑과 아프리카TV를 결합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진입 장벽이 없기 때문에 확장성은 무한에 가깝다. 한 대표가 흥미로운 예로 드는 ‘네이버 라방’은 ‘달걀파는 무뚝뚝한 할아버지’다. 아무 표정없이 할아버지가 나와 별다른 말 없이 그냥 앉아 있기만 한다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동영상 시청자들은 “한번 웃어 주세요” 같은 댓글을 달면서 계란을 구매한다. 화려한 언변의 쇼핑호스트가 혼을 쏙 빼놓는 TV홈쇼핑과는 180도 다른 콘텐츠다. 유튜브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이 같은 유별난 콘텐츠에 흔쾌히 지갑을 연다고 한다.

한 대표에게 직접 들은 건 아니어서 실제 그의 ‘라방’ 사랑이 어느 정도인 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요즘 네이버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한 대표와 네이버의 ‘라방’에 대한 열의를 짐작해볼 만하다. 네이버가 독점에 가까운 장악력을 보여주고 있는 플랫폼 사업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T맵을 갖고 있는 계열사를 독립시켜 그 위에 쇼핑, 콘텐츠 등을 얹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플랫폼이 되겠다는 얘기다.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롯데온도 마찬가지다. 신동빈 롯데회장은 롯데온을 롯데의 모든 걸 담아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쇼핑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SSG닷컴을 장보기 채널을 넘어 거대 플랫폼으로 구축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네이버로선 독점력을 유지할 결정적인 한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라방(라이브 방송)’이야말로 네이버에게 딱 맞는 콘텐츠다.

요즘 네이버는 쇼핑 부문의 활성화와 함께 반대급부로 규제의 덫에 빠져 버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네이버 쇼핑이 가격비교 검색과 관련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가 소상공인들을 ‘광고 경쟁의 늪’에 빠트리고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윤 의원의 지적과 비슷한 취지로 회원들의 민원이 자주 들어오자 이에 대한 성명을 준비 중이다. 조만간 공정위는 네이버 페이에 대해서도 칼끝을 겨눌 전망이다. 네이버페이를 장착한 스토어에 유리하도록 시스템을 설정해 다른 지급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업체와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는 명분이다. 네이버는 사실상 사방팔방 규제의 벽에 막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제의 관점에서 보자면 ‘라방’은 훨씬 자유로운 유통 채널이다. 대형마트, 백화점은 물론이고, 쿠팡, 11번가, 옥션, G마켓 등 기존 유통 사업자들도 ‘라방’에 관한 한 모두 신인이다. 시쳇말로 맨땅 위에 집을 짓는 형국이어서 누구도 제 집 앞에 길을 낸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TV홈쇼핑 업체들은 불만을 가질 법 하지만, 딱히 뭐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TV 채널은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공재여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야만 살 수 있는 사업권이지만 인터넷 네트워크는 TV채널에 비하면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TV홈쇼핑 콘텐츠에 심의의 잣대를 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만, 인터넷 라방에 대해선 심의 근거를 못 찾고 있는 배경이다. 설사 근거를 마련한다고 해도 그 엄청난 콘텐츠를 심의위원들이 일일히 감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라방’은 양방향 콘텐츠라는 점에서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 가장 잘 어울린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마련한 플랫폼 위에서 참여자들은 저마다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해 동영상을 제작하고, 물건을 사고 판다. 밀레니얼 세대와 이들을 잇는 MZ세대가 TV보다는 유튜브 등 양방향 동영상에 훨씬 익숙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네이버에 ‘라방’은 승부를 걸어볼 만한 콘텐츠 생산 채널이다. 삼성, LG전자 등 가전 제조사들을 비롯해 백화점도 명품 판매를 라방으로 만들어 네이버에 올린다. 콘텐츠 공급자들이 줄지어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 웹툰이 내수 기업이란 네이버의 핸디캡을 깨 줄 효자라면 네이버 라방은 규제의 덫에서 빠지지 않으면서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라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네이버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대표의 ‘라방 사랑’엔 이유가 있을 만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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