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시로 고장 나는 수입산 원전 부품…4129억 날렸다

입력 2020-10-14 13:11   수정 2020-10-14 13:26


지난 5년간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원전에 들어있는 외산 원전 부품이 12회 고장나 4129억원의 발전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부품을 국산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탈(脫)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관련 연구개발(R&D)은 답보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시로 고장나는 외산 원전 부품


14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실과 한수원 등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원전 외산 부품으로 인한 고장은 12회 발생했다. 이로 인해 원전이 가동을 멈추면서 발전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액은 4129억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3회 △2017년 3회 △2018년 3회 △2019년 1회 △2020년 2회 등으로 외산 부품 고장이 꾸준히 발생했다. 가장 오랜 시간 가동이 멈췄던 사례는 2017년 월성 3호기의 미국 FB&D 테크놀로지스가 생산한 프리징 플러그에서 발생한 고장이었다. 이 장치는 원전 노심 냉각에 쓰인다. 당시 원전이 34시간가량 멈추면서 전기를 생산하지 못해 한수원이 본 손해는 872억1000만원에 달했다.

비싼 값을 치르고 외산 부품을 사오는 대신 우리 원전에 맞는 부품을 직접 개발해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매년 수입 원전 부품 고장으로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며 “정부도 해외 원전 수출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국산화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부품 국산화, 잘 되고 있었는데…
한국의 원전 국산화율은 결코 낮지 않다. 신형 원전의 핵심 부품에 국한하면 95%에 달한다는 견해도 있다. 국가 차원에서 수십년 간 원전 국산화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온 덕분이다.

노무현 정부가 원전기술의 선진화와 해외 수출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립한 'Nu-Tech 2012'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중국에 원전 수출을 시도했다가 핵심 기술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정부는 절치부심해 원전 핵심 기술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향후 10년간의 지원 계획을 내놨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관련 투자 및 R&D는 계획대로 이뤄졌고, 투입된 총 금액은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성과도 컸다. '원전 3대 핵심 기술' 중 '원전의 두뇌'로 불리는 계측제어 시스템(MMIS)은 2010년, 원자로 냉각재 펌프(RCP)는 2012년, 방사선 누출을 막는 등 원전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인 원전 설계 핵심코드는 2017년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은 '원전 해체' 집중, 중국은 기술 맹추격중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당초 원전 3대 핵심기술은 짓고 있거나 앞으로 지을 원전에 적용될 예정이었다. MMIS와 RCP는 경북 영덕의 천지 1·2호기 원전에, 핵심코드는 울진의 신한울 3·4호기에 적용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천지 1·2호기 원전은 건설이 백지화됐고, 신한울 3·4호기 역시 건설이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기껏 기술을 개발했는데 당장 기술을 쓸 곳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대신 문재인 정부는 원전 해체 기술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2029년까지 원전해체 기술개발에 87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전 세계 가동 중인 원전 453기의 해체 시장 규모가 550조원으로 성장한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전 해체 산업 규모에 대한 정부 예상이 과장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원전 건설은 관련 산업생태계가 형성되는 등 국가적인 경제 효과가 창출되지만, 원전 해체 산업은 폐기물 처리에 집중된다"며 "550조원이라는 규모가 맞더라도 대부분 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원전 굴기' 정책을 통해 원전 관련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30년까지 원전 110기를 운영해 전체 발전량의 11%를 원자력으로 채우고, 세계 최대 원전 대국이 되겠다는 게 중국 목표다.

원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발표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발전소 자재를 생산하고 지을 때 발생하는 탄소까지 모두 고려하면 원전은 석탄·LNG발전은 물론 태양광보다도 탄소를 덜 배출한다.

중국이 원전 굴기 정책에서 가장 힘을 싣는 대목은 부품 국산화다. 중국은 그간 프랑스 러시아 등의 기술을 수입해 쓰다가 최근 기술 이전으로 방향을 돌렸다. 중국이 최근 독자 설계·개발한 3세대 원자로 화룽(華龍) 1호와 궈화(國和)1호는 국산화율이 8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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