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SPAC 만들어 연내 美증시 상장하는 이유 [정영효의 일본기업 분석]

입력 2020-10-15 13:26   수정 2020-10-15 14:07



소프트뱅크그룹이 수억달러(수천억원) 규모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만들어 이르면 연내 미국증시에 상장시킬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그룹 관계자는 "투자를 검토하는 회사 가운데 스팩을 활용하고 싶어하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비상장기업)이 일부 있다"며 "투자수단으로서 스팩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회상장 수단으로 사용되는 스팩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기 때문
에 "스팩을 통한 투자가 소프트뱅크그룹의 핵심전략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다. 공모를 통해 액면가에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모은 후 2~3년내 비상장기업을 인수해 합병해야 한다. 피인수대상 기업이 존속법인으로 남기 때문에 증시에 상장되는 효과가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스팩을 상장시키면 비전펀드와 같은 산하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투자대상 기업과 합병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론상 비전펀드의 투자 대상 가운데 사업성이 시원찮아 상장(IPO)이나 매각이 안되는 기업을 사들여 주는 '고충처리반'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소프트뱅크그룹 측은 스팩을 산하 펀드의 기존 투자대상을 인수하는데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수단을 다변화하기 위해 스팩에 손을 대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벤처캐피털(VC)인 비전펀드가 투자대상을 발굴하고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되팔기까지는 5~10년이 걸린다. 반면 스팩을 통하면 인수와 동시에 투자금 회수 수단이 마련될 뿐 아니라 1년 가량 걸리는 IPO 절차도 생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를 받으려는 유니콘기업이 먼저 스팩을 통한 피인수를 희망하는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소프트뱅크그룹과 같은 투자회사의 입장에서 스팩은 유용한 인수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피인수기업에 상장의 지름길인 스팩으로 인수하는 구조를 제시하는 대신 인수가격이나 출자비율 등에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그룹 관계자는 "스팩을 통해 투자하면 기존 출자형태보다 투자효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스팩이 난립하면서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점은 소프트뱅크그룹이 넘어야 할 과제다. 올 3분기 미국 주식시장에서 이뤄진 IPO 630억달러 가운데 절반 가량이 스팩이었다. 실체가 불분명한 기업의 우회상장 통로가 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전기자동차(EV) 회사 니콜라도 스팩을 통해 기업을 공개했다. 일본에서도 2008년 스팩을 통한 상장을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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