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영국인 자극하는 '독일 성공 스토리'

입력 2020-10-15 17:16   수정 2020-10-16 02:49

“‘영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에 대해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저널리스트’가 쓴 탐사 보고서.” 최근 영국에서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는 《독일인들이 더 나은 이유(Why the Germans Do it Better)》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와 BBC 해외특파원을 지내고 저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 존 캠프너(John Kampfner)는 이 책을 통해 독일인의 우수성을 입증하면서 은근슬쩍 영국인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난맥상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가 겹치면서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영국이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은 2020년 5월까지 ‘유럽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불명예를 지니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올해 2분기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21.7%로 프랑스(-18.9%), 이탈리아(-18.0%), 독일(-11.3%)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이 가장 두드러졌다. 유럽연합(EU) 27개국 평균 -13.9%, 유로존 17개국 평균 -14.7%와 비교해도 가장 저조했다.


영국이 ‘날개 없는 추락’을 하는 동안 독일은 유럽의 맹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150년 전 도시국가연합으로 시작한 독일은 격동의 역사를 거쳐왔지만, 짧은 기간에 놀라운 번영을 이뤄냈다. 비스마르크 시대부터 히틀러 시대에 이르기까지 독일은 ‘군국주의’ ‘전쟁’ ‘홀로코스트’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가 권위주의와 대중영합주의에 굴복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이 그나마 품격과 안정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독일이 치명적인 과오에도 불구하고 다시 세계 무대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한다.

올해는 독일 통일 30주년이다. 저자는 역사 인식, 이민정책, 기후 변화, 외교정책, 문화정책, 코로나바이러스 등 여섯 가지 관점에서 독일의 성공 원인을 짚어본다.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브란덴부르크문’과 ‘국회의사당 건물’ 바로 근처에 자신들의 수치를 기억하는 ‘홀로코스트 기념비’를 세울 수 있는 나라가 독일 말고 또 어디 있는지 묻는다. 교육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분명하게 가르쳤고, 모든 형태의 나치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그 결과 유럽에서 유대인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가 독일이며, 이웃에게 늘 개방돼 있고 친절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도 모범적이었다. 환자당 병상 수가 영국이 1000명당 2.7명에 불과한 것에 비해 독일은 8.2명이었고, 환자당 의사 수도 영국은 1000명당 2.8명인 데 비해 독일은 4.1명이었다. 유럽 다른 나라들에 비해 팬데믹 위기에 더 잘 준비돼 있었고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다른 유럽인보다 더 낫다고 믿는 영국인의 우월의식, 사회 전반에 만연한 계급의식과 폐쇄성 등 영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지적하고 있는 이 책을 영국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읽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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