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공매도 표적'된 코로나 수혜株

입력 2020-10-15 17:11   수정 2020-10-16 01:40

“우리는 지금 미국이 망한다는 데 베팅한 거야. 우리가 맞다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 자금도 사라져. 그러니 춤은 추지 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에서 브래드 피트(벤 리커트 역)가 공매도로 큰 수익을 기대하는 동료에게 하는 말이다. 영화 제목에 담긴 ‘쇼트(short)’가 바로 주가 하락 등을 예상하고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공매도를 뜻한다. 최근 수소전기자동차 업체 니콜라를 공격해 주가를 끌어내린 힌덴버그리서치 등이 대표적 공매도 세력이다.

이번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주’를 중심으로 공매도에 나섰다. 정보기술(IT)·헬스케어·음식배달 등 코로나19 여파로 반사이익을 얻은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PC·백신 업체 등이 공매도 표적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부 헤지펀드 매니저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익을 얻은 기업들의 상승세가 곧 꺾일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 회사 주식에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싱가포르 롱리드캐피털파트너스는 PC 등 컴퓨터 업체들의 성장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팀 캠벨 롱리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 확산에 PC 업체들은 3분기 연속 성장했지만 곧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캠벨 CIO는 PC 업체뿐 아니라 손 소독제, 가정용 운동장비, 낚싯대 등을 생산하는 회사 주식을 공매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독일 헬로프레시도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표적으로 떠올랐다. 헬로프레시는 미리 준비된 식자재를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밀키트’ 업체다. 이 회사는 2018년과 2019년 모두 손실을 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1억7200만유로(약 2310억원)의 수익을 냈다. 헬로프레시 주가는 올 들어 150% 넘게 뛰었다. 금융정보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헬로프레시 주식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지난 5월 하순까지만 해도 5000만유로 미만이었지만 8월에는 2억3000만유로까지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등한 백신 회사들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배리 노리스 영국 아르고넛캐피털 CIO는 올해 주가가 2900% 이상 급등한 노바백스를 비롯해 280% 상승한 모더나 등의 주식을 공매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리스 CIO는 “코로나19 백신 연구가 확대될수록 큰 부작용도 발견될 수밖에 없다”며 “대량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게 병원 치료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얼마나 가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섣부른 공매도 위험 지적도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관 체인, 오프라인 소매업체, 항공사 등의 주식을 공매도해 큰 이득을 봤다. 타이거매니지먼트, 론파인캐피털 등이 공매도에 나선 대표적 헤지펀드다.

하지만 최근 각국 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풀어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어 공매도 전략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IT 회사 등의 사업 모델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섣부른 공매도는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올해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대표적 사례다. 실적 대비 기업 가치에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나섰지만 테슬라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FT는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이미 많이 빠진 기업들은 공매도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헤지펀드들이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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