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진흙탕서 핀 연꽃…사람만 애쓰며 사는 게 아니었네

입력 2020-10-15 17:46   수정 2020-10-16 02:49

“인간만이 길을 찾지 않는다. 식물도 매 시간마다 치열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다. ‘생존’ 자체가 길찾기가 된 지금 지혜로운 식물에게 답을 찾을 차례다.”

《식물에서 길을 찾다》는 최문형 한국조경문화아카데미 교수가 식물의 생애에서 깨달은 인문학적 성찰을 적은 책이다. 저자는 정원부터 꽃, 나무, 열매까지 모든 부분을 세심히 관찰해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그는 “진흙탕에서 피는 연꽃을 보고 하늘의 뜻을 알 수 있고, 잘 가꿔진 정원에선 ‘아타락시아’(평온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며 “식물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이 식물에서 어떤 진리를 물을 수 있을까. 저자는 식물이 지닌 ‘항상성’에서 군자의 도리를 찾는다. 그는 “군자는 고상하고 세련된 사람이 아니라 생명을 온전히 보존하는 사람”이라며 “식물은 어떤 환경에서도 본래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며 중용의 미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식물이 생존하는 방식은 전략적이다. 해충이 다가와도 위협적이지 않으면 화학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추위나 더위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통치자가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의사를 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기업 경영자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과 역량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고 말한다.

주변 환경에 종속될 거란 선입견과 달리 식물도 부유한다. 저자는 “오히려 식물이 용감하다”고 예찬한다. 인간과 동물은 ‘귀소본능’이 발현돼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식물은 위험을 감수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코넛 열매는 물 위에 떠 석 달 이상 돌아다녀 수천㎞ 바깥으로 이동한다”며 “어디서든 뿌리를 내려 꿋꿋하게 살아가는 식물도 ‘노마드’(유목민)인 셈”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처럼 식물을 활용하자”며 이렇게 적었다. “홀로 길을 찾으면 고독하다. 숲을 이룬 나무를 보며 삶을 관조하자. 온갖 좌절 속에서도 곧게 뻗은 줄기를 보고 염원을 담아내야 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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