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내년 사업 전략을 확정하는 사업 보고회가 다음주부터 한 달간 일정으로 시작된다. 그룹 최고경영진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년 사업계획과 경영전략을 확정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사업 보고회를 LG그룹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내년 취임 4년차를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광모호 4년차’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고객’과 ‘미래’, ‘실용’이다. 올해 구 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 속에 힌트가 숨어 있다는 것이 LG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LG는 지난해까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사업보고회를 열었지만 올해는 상반기 보고회를 건너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기 경영계획을 짜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수시로 열린 전략회의로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이번 사업보고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정기 인사는 11월 말에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달 22일 비대면 화상회의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한 명 한 명의 수요를 공격적이고 끈질기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가 고민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한 것을 시작으로 1년 내내 고객이란 화두에 집중했다”며 “내년엔 고객 중심 경영과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고 격식에 얽매이지 말자는 실용주의 기조도 이어질 전망이다. 구 회장은 임직원에게 자신을 ‘구 회장’ 대신 ‘구 대표’로 부를 것을 주문했다. 일방적인 보고가 아니라 토론 형태의 소통을 즐기는 점도 구 회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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