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가 이번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장비, 파운드리 업체들은 반도체 업체들의 주문량에 근거해 향후 업황을 전망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ASML, TSMC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통해 내년 반도체 업황을 살펴본다.
피터 버닝크 ASML CEO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대해 "고객들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용 전자제품(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D램과 관련해서 "4분기에도 성장이 예상되고 내년에도 메모리 업황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터센터의 서버용 D램 주문이 다시 재개됐고 스마트폰 판매 확대에 따른 모바일 D램 시황이 살아날 것이란 시장의 전망과 일치하는 얘기다.
시스템반도체에선 5G,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미세공정 파운드리용 EUV 장비 주문이 꾸준하단 얘기다. 버닝크 대표가 밝힌 EUV 장비 수주 잔액은 3분기 기준 62억 유로. 한국 돈으로 약 8조3000억원으로, 약 40~45대의 장비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로 추정된다. 버닝크 대표는 "내년엔 더 강한 비트 증가율이 예상된다"며 "특히 내년엔 10나노 4세대(1A 나노) D램 생산 때 EUV 시스템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D램 생산에 EUV 장비를 적용하기 시작한 삼성전자와 내년 M16 공장에서 EUV를 가동하기 시작한 SK하이닉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분석된다.
ASML에 대한 보유 지분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ASML 지분 1.5%를 갖고 있다. TSMC는 2015년 갖고 있던 지분 5%를 모두 매각했다.
지난주 해외 IT 전문매체에선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가 'N+1' 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재 SMIC의 미세공정 수준은 14nm 수준으로 5nm 공정에서 제품을 양산 중인 TSMC와 삼성전자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SMIC는 10nm 이하 초미세공정에 진입하기 위해 지난해 ASML에 EVU 장비를 주문했지만 미국 정부의 방해 때문에 도입에 최종 실패했다. N+1은 7nm 초기 단계 공정으로 알려졌는데, EUV 장비 대신 DUV 장비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1 공정은 14나노 공정 대비 칩 성능은 20% 높아지고 전력소모는 57% 감소하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양산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정부를 통해 ASML의 EUV 장비 수출을 막은 것이 여러 모로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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