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등 중국 경제의 소비활동은 투자와 수출 등 다른 경제지표에 비해 크게 부진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가계가 활동을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의 가계대출 규모는 서구와 큰 격차를 보이면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는 소득의 많은 부분을 대출 이자를 갚는 데 쓰게 해 지속적으로 소비 지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IMF는 중국에서 가계대출이 곧 통제될 것이라고 여러 해 동안 예측해왔지만 지난해 이런 예측을 수정해 급속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IMF는 2024년 말까지 중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8%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8년 말 예측한 54%에서 수정한 전망치다. 그러나 이마저도 올 들어선 너무 보수적이라는 얘길 듣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올 들어 부쩍 부동산 구입에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자가 매년 두 자릿수 속도로 증가했던 과거 상황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시사한다.
IMF가 주목하는 다른 관심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 당국의 대출 통제에 대한 대응이 얼마나 소극적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통계상으로는 올 상반기 가계와 기업대출 증가는 지난 5년간의 평균 증가 속도보다 완만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런 대출 속도는 아마도 신용 부실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은행과 주택 구입자, 부동산 개발업자 간 연계는 올봄 중국 경제가 급브레이크를 밟은 뒤 다시 살아나는 주요 요인이 됐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에 중국 경제가 의존하는 건 중국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재정적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앞으로 중국 정부는 크게 후회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마이크 버드 WSJ 칼럼니스트가 쓴 ‘China’s Households Are Shouldering the Burden of Its Recovery’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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