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풍년 속 제조벤처는 '찬밥'

입력 2020-10-20 17:23   수정 2020-10-21 01:47

증강현실(AR) 키오스크를 제작하는 A사는 최근 홍콩의 유명 벤처캐피털(VC)에서 12만달러 규모 투자를 받았다. 당초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았지만 벽에 부딪혀 해외로 방향을 틀었다. A사 대표는 “일부 국내 VC로부터는 ‘정보기술(IT)이나 플랫폼도 아닌 업체가 스타트업 행세를 하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벤처투자 실적이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었다. 이처럼 투자금이 넘쳐나고 있지만 제조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처투자 ‘제조업 패싱’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 업체 로켓펀치가 내놓은 ‘국내 스타트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업종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였다. 비즈니스 솔루션 및 플랫폼 기업 등이 포함된 업종이다.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국내 스타트업(546개사) 중 59.5%(325개사)를 차지했다. ICT 서비스 업종에 대한 투자금은 3조2175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일반 제조(763억원) 및 ICT 제조(542억원) 분야에는 ICT 서비스 투자금의 4%만 흘러들었다.

정부 지원도 마찬가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부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뽑은 예비유니콘 42개사 가운데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이 절반(20개사·47.6%)가량을 차지했다. ICT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플랫폼 사업과 연관성이 많은 업종 스타트업까지 합하면 27개사(64.2%)에 달한다. 이에 비해 제조업 관련 스타트업은 11개사(26.1%)에 머물렀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는 “제조업이 주력산업인 한국에서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이 고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 투자 더 많이 드는데…”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제조업 기반인 한국에서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제조업 특성상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혁신적 하드웨어 제품은 커다란 디바이스 생태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제조 기반 스타트업은 온라인 기반 스타트업보다 3배 이상의 초기 자본이 소요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제품이 시장에서 매출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다. VC 등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자기 보유 공장이 없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생산 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수량이 많지 않은 탓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해줄 공장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태펀드 투자 쿼터 주장도
벤처업계에선 “제조 스타트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접목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승부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높은 평가를 받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제품은 대부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대형사 가운데 첨단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해 시너지를 내려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일진그룹은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가능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전담 액셀러레이터와 손잡고 예비창업자 및 스타트업을 발굴해 초기 자금 투자부터 보육, 후속 투자, 수요처 연계 등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후 민간 투자로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한 벤처업계 대표는 “정부 모태펀드 등에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쿼터를 2~3%가량 두자는 의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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