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야당 사라진 고용부 국감장

입력 2020-10-20 18:01   수정 2020-10-21 00:33

“야당이 정부를 칭찬하고, 여당은 몰아세우는 국감은 처음 보네요.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지난 7일부터 진행 중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를 놓고 한 피감기관 직원이 한 말이다. 국감은 야당이 핵심 현안에 대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여당은 정부의 방패 역할을 자처해 여야 간에 입씨름이 벌어지는 것이 이제까지의 일상적 풍경이었다. 하지만 21대 국회 첫 국감은 시작부터 이례적 풍경이 연출됐다.

8일 고용노동부 국감이었다. 국감이 시작되려던 순간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평소 상임위에서 예산 효율성을 주장하며 종종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던 의원이기에 국감장엔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발언 내용은 “고용부에 감동받았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되고 그쪽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데, 고용안정지원금 등의 지급을 위해 매일 밤 10시 넘어까지 시간과 싸우는 고용부 직원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도 했다. 인사치레이겠거니 하고 짧은 칭찬 뒤에 ‘그런데 말이죠’를 예상했던 고용부 직원들은 김 의원의 발언이 칭찬으로 끝나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안도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계속된 국감에서도 ‘부드러운 야당’의 모습이 계속되자 여야가 헷갈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이라이트는 15일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감이었다. 이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중노위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을 뒤집고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정에 대해 “획기적이고 시대를 선도하는 판정”이라며 “향후 법원에서도 이 판정을 유지시키시면 (위원장은) 역사에 남으실 것”이라고 했다.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논란이 큰 이슈다. 노동계는 기대를 뛰어넘는 중노위 판정을 반긴 반면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반응이 많다. 물론 야당이라고 해서 업계만 옹호해야 할 이유는 없고, 법률가 출신 의원의 소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은 “향후 법원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같은 당에서도 나왔다.

의아한 대목은 또 있다. 여당은 국감 직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을 공언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번 국감에서는 주무장관을 상대로 한 관련 질의나 문제점 지적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물론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고 질책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렁한 야당 덕에 장관이 편해 보인다” “한 방이 없다”는 국감장 안팎의 목소리가 야당의원들에게도 들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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