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작·은폐로 끌어온 탈원전 정책, 지속할 명분 있나

입력 2020-10-20 17:59   수정 2020-10-21 00:32

감사원이 국회가 감사를 의뢰한 이후 1년여 만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 결과를 어제 공개했다. 조기폐쇄 결정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은 유보했다.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이 문제점을 발견했는데도 판단을 유보한 것은 유·무형의 압력이 그만큼 컸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에너지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료들의 조직적인 감사 방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정감사에서 “(감사에) 이렇게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며 “공무원들이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고 토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책 결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피감사자들이 이렇게까지 숨기려 들 이유가 없다. 공공연한 감사 방해와 증거 인멸은 정권 차원의 비호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월성 1호기 감사 결과가 공개되기도 전에 “감사 결론과 관계없이 탈(脫)원전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며 독선과 오만함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보고서와 탈원전 정책의 타당성은 다르다”며 “절차의 문제일 뿐”이란 궤변까지 내놨다. 하지만 월성 1호기를 중단시킨 명분이 경제성 부족이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번 감사 결과는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과도하게 낮게 평가했다는 것은 조작이나 다름없다. 그 자체로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탈원전 정책은 대선공약 수립 과정에서부터 문제투성이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론화에 부친 결과 당초 공약과 반대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결론이 나온 것이 단적인 사례다. 그때도 정부·여당은 탈원전 정책 로드맵은 별개라며 밀어붙였다. 당시 탈원전 정책 자체를 공론화에 부쳤다면 7000억원이나 들여 설계수명을 늘린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같은 무리수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탈원전 로드맵 강행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던 원전산업이 무너지면서 투자도 일자리도 사라졌다. 원전 수출은 동력을 상실했다. 대학에서는 원자력 전공 희망 학생들이 사라지고 연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런 자해(自害) 정책이 어느 나라에 또 있을까 싶다.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국가 에너지 정책은 정치가 맘대로 뒤집어도 되는 분야가 아니다. 모든 오류의 시작은 5년짜리 정권이 극단적 환경·반핵단체들에 휘둘린 것이었다. 제대로 된 공론화도 검증도 없이 탄생한 게 지금의 탈원전 정책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이번 감사로 다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더 늦기 전에 잘못된 탈원전 정책을 즉각 바로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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