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늘리면 뭐하나…기획부터 성과까지 '총체적 난국'

입력 2020-10-21 08:49   수정 2020-10-21 08:53


정부가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을 급속도로 늘렸지만 기획부터 성과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문제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 관점의 연구가 부족하고, 산업과의 연계성도 떨어져 창업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급감했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국가 R&D사업의 과제기획·선정평가 체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국가 R%D사업 예산은 빠르게 증가했다. 2018년 19조6681억원이었던 전체 국가 R&D 예산은 지난해 20조5328억원으로 20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올해는 작년보다 18.0% 증가한 24조2195억원이었다. 총지출 대비 4.7%에 달한다. 내년 예산안에도 올해보다 12.3% 증가한 27조2003억원이 반영돼 국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같은 R&D 예산 증가와 달리 국가 R&D사업의 기획부터 성과에 이르는 전 주기에서 모두 미흡한 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구기관의 주요 연구성과 지표가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 게재 건수는 2014년 9152건에서 2019년 8193건으로 감소했다. 예산 10억원당 논문게재 건수는 같은 기간 2.08건에서 1.78건으로 줄었다. 특허 출원 건수도 8832건에서 7540건으로, 기술이전 계약 체결 건수는 2076건에서 1711건으로 각각 감소했다.

출연연의 창업 실적도 급감했다. 2015년 57개 였던 연구소 기업 등의 창업 건수는 2018년 48개, 2019년 31개, 올해는 6월까지 9개로 크게 감소했다. 공동연구 대상은 연구기관 66.1~75.3%, 대학 4.6~8.8%, 산업체는 0.7~1.6% 수준으로 나타나 산업체와의 R&D협력이 특히 부족하다는 것이 예정처의 지적이다.

예정처는 성과 뿐 아니라 기획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문제를 지적했다. 기확 단계에선 국가의 기술로드맵이 부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4년 '국가중점과학기술 전략로드맵' 마련 이후 급속하게 기술발전과 환경 변화가 이뤄졌지만 새로운 로드맵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이 너무 광범위한 분야에 투입되면서 선택과 집중이 불가능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 부처의 기술 관련 사업이 모두 국가전략기술 및 중점과학기술로 분류되면서 재정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국가전략기술과 중점과학기술은 국가적차원의 핵심 기술분야로 타겟팅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산업체에 필요한 기술 연구를 위한 사전 조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관리전문기관이 기술수요조사를 하고 있으나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수요조사 제출 기관 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2015년 37.5%에 달했던 기업체 비중은 2019년 31.3%로 떨어졌다. 기획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의 참여 비중이 19.0%에 그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구를 통해 출원된 특허의 품질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처에 따르면 국내 등록 우수특허 비율은 2012~2016년 11.7%에서 2014~2018년 3.8%로 크게 떨어졌다. 기업체로의 특허 이전율도 같은 기간 11.2%에서 6.4%로 떨어졌다. 국가 R&D 과제를 기획하고 평가하는 연구사업관리전문가가 근무 기관의 과제에 참여해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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