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사라지는 직업 거의 없어…바뀌는 것은 일하는 방식뿐"

입력 2020-10-21 17:52   수정 2020-10-22 01:21


2016년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5번기에서 4승 1패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뒤 전 세계는 ‘AI 쇼크’에 빠졌다. 머지않아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잇따랐다.

마틴 플레밍 전 IBM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같은 비관론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AI의 등장으로 사라지는 직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바뀌는 것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플레밍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AI 도입으로 새로운 가치 원천이 창출되고 경제가 성장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까지 IBM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이자 최고분석책임자(CAO: chief analytics officer)로 일했다. 미국경제학회(AEA)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다음달 11일 개막하는 ‘글로벌인재포럼 2020’에서 ‘AI와 함께 일하는 법’을 주제로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
“AI가 일하는 방식 바꿀 것”
플레밍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직업(occupations)’을 ‘작업(tasks)의 모음’이라고 정의했다.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기업에 AI 솔루션이 도입되면 사람들의 작업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일일이 하던 계산을 AI가 순식간에 처리하는 등 기존 작업을 대체할 수 있고, 시간이 많이 걸리던 작업 대신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는 ‘AI의 시대’에는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플레밍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어떤 직업도 AI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skill)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로자는 자기 계발과 경력 투자의 필요성을, 기업은 인력 투자의 필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상당수 사람이 AI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사용자’와 ‘AI 생산자’는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비행기를 타는 승객들은 항공과 관련된 복잡한 지식 없이도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비유를 들었다. 플레밍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AI를 활용해 추천이나 예측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이미 널리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AI 솔루션은 최적의 추천을 할 수 있도록 작업자를 돕는다. 길찾기 앱을 사용하면 빠르고 편하게 원하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 구매자나 판매자는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해 최적의 제품을 찾게 된다. 플레밍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상당한 AI 솔루션과 도구가 이미 소비자와 기업에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솔루션이 일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엔 그도 동의했다. 플레밍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간이 가면서 상당한 일자리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도 “충격은 국가마다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 북미, 동아시아 등 선진 사회에선 AI 솔루션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초보적이고 반복적인 일자리가 많은 지역에서는 상당한 일자리가 대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데이터 구축·분석에 집중해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은 기업에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 기업 환경에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도입하는 일이 필수적인 업무가 됐다는 얘기다.

플레밍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의 중요한 요소로 많은 기업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적인 환경에 놓인 기업은 AI 솔루션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AI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AI의 이점을 얻겠다고 모든 기업이 AI 솔루션 개발 역량을 갖출 필요는 없다”며 “특정 솔루션을 구매하면 그 속에 이미 AI 기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를 신기술의 하나로 인식하고 여기서 어떤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입증하는 것이 AI 도입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데이터 구축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레밍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자연어 처리 도구를 사용해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데이터를 살 수도 있다”며 “데이터 구축에 투자하는 것 이상의 선택지는 없다”고 했다. AI 솔루션을 활용하려면 체계화된 대규모 데이터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는 “모든 기업들이 데이터와 분석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최고데이터책임자(CDO: chief data officer)와 CAO를 임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마틴 플레밍은

△1974년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수학과 학사
△1976년 미국 터프츠대 경제학과 석사
△1991년 Reed Elsevier 전략담당부사장
△1996년 Abt Associates 수석컨설턴트
△1999년 IBM 신흥비즈니스(emerging business opportunity) 프로그램 총괄
△2012~2020년 6월 IBM 수석이코노미스트, 부사장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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