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금융사, 시장 점유율 높아져…인력 채용 더 늘렸다

입력 2020-10-21 17:43   수정 2020-10-22 01:16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의 모바일 뱅킹 이용자는 지난달 말 기준 약 4000만 명. 올 들어 10%가량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비대면 바람이 분 데 따른 영향이다. 디지털 뱅킹 업무가 급증했지만 기존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난 건 아니다. 인공지능(AI) 기술 덕분이다. 신용카드 오용을 실시간 감시하고, 대출 사기를 먼저 판단하는 건 AI 로봇의 몫이다. 고객 상담도 자연스러운 인간 언어를 습득한 챗봇이 맡는다. 크리스 스키너 금융 컨설턴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 기술이 인간 지성과 맞먹는 수준까지 발달한 건 아니지만 매일 진보하고 있다”며 “결국 모든 금융회사는 기계의 업무를 지정해주는 매니저와 AI 로봇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1만 명 업무 혼자 처리하는 AI 로봇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한 곳인 골드만삭스의 변신 몸부림은 상징적이다. 경쟁사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자동화 도입을 서두를 때 이 회사는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뱅크를 선보였다. 2016년 출범한 ‘마커스’다. 1인당 한 계좌만 개설할 수 있고, 서비스도 단순하지만 빠르고 편리하다. 고객들이 마커스에 맡긴 예금은 550억달러에 달한다.

올 1월엔 모바일 앱도 내놨다. ‘150년 된 스타트업’이 회사 모토다. 마커스 서비스를 총괄하는 해릿 탤워 골드만삭스 소비자부문 대표는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은 기고에서 “이제 지점 수천 개를 설치하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며 “AI 디지털 기술은 수백만 명의 고객 요구도 실시간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BS도 AI를 핵심 업무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금융회사다. 수년 전까지 이 은행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업무 로그(함수)는 하루 수천 개에 달했다. 상당수 전문인력이 상시 대기해야 했다. AI 기술을 도입한 뒤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금융 사고도 대폭 감소했다. 마이크 다건 UBS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최소 1만 명이 할 일을 AI 로봇이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UBS는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올 3월 AI 로봇 6종을 더 도입했다. 추가 대출 부실 위험을 가려내야 해서다. 다건은 “올 들어서만 온라인 금융 거래가 네 배 이상 폭증했다”며 “AI가 없었다면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보험도 로봇 관리 시대
금융투자업계에선 AI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로봇이 수많은 대외 변수를 찾아내고 투자 종목을 결정해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미국 최대 AI 펀드인 볼런(Voleon)은 S&P500지수가 6.2% 하락한 2018년 14% 수익을 낸 뒤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운용 자산은 현재 65억달러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인 마이클 카리토노프 최고경영자(CEO)는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 박사, 존 매컬리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UC버클리 통계학 박사 출신이다. 미 헤지펀드 수익률을 추적하는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볼런과 르네상스, 윈턴 등 AI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지난 18일 기준 4.54%로, 전체 헤지펀드(3.18%)보다 높다.

하버드대 응용물리학 박사 출신인 윤기선 웰스파고 퀀트 애널리스트는 “하드웨어 발전과 함께 종전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정보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금융투자 전략을 개발하는 부문에서 딥러닝 등 AI 기술 적용을 활발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보험회사들은 사기성 계약이나 보험금 청구의 적정성을 판별하기 위해 AI 로봇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핀테크 업체인 시프트테크놀로지의 제러미 자위시 창업자는 “AI는 통계·지리적 분석을 통해 인간이 잡아내기 힘든 사기성 보험 계약을 순식간에 가려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AI 도입 후 인력 채용 늘어나”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세계 금융회사의 약 70%가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금융 업무에 사용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캐서린 웨트머 모건스탠리 CIO는 “AI의 엄청난 잠재력을 감안할 때 지금 기술은 걸음마 단계”라고 말했다. 문제는 AI 기술을 확대할 경우 기존 인력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란 기업 내부에서 나오는 우려다. 일부 직원이 AI 기술 도입을 꺼리거나 알고리즘 구성 단계에서 협조하지 않는 배경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는 지난해 “AI 기술로 연간 1억5000만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버클리대 경영대학원 조사 결과 AI 투자를 대폭 늘린 기업이 오히려 인력을 평균 15%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증대로 기업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이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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