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전기·가스관…뒤엉킨 '땅 속의 공포'

입력 2020-10-21 17:29   수정 2020-10-22 02:38

서울 땅속에 지구 한 바퀴를 돌고도 남을 5만㎞ 이상의 지하시설물이 묻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의 보고서다. 하지만 상·하수도와 전기통신설비, 가스공급시설 등 복잡하게 매립돼 있는 시설물들은 각각 관리주체가 다르다. 제대로 된 ‘종합 지하 지도’가 없는 상태여서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하 시설물에 대한 통합 안전관리 구축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지하시설물 데이터 정확도 떨어져
21일 서울연구원이 서울시 내부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연구보고서 ‘서울시 지하시설물 안전관리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땅속에 묻혀 있는 지하시설물의 길이를 모두 합치면 5만23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전체 도로를 합친 길이(8310㎞)의 여섯 배가 넘는 수치이자, 지구 한 바퀴(약 4만㎞)를 돌고도 남는 길이다. 지하시설물은 땅속에 매설된 상·하수도와 전력시설물, 전기통신설비, 가스공급시설, 열공급시설, 공동구 등을 뜻한다.

서울연구원은 그러나 이 같은 데이터의 신뢰도가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 매설된 지하시설물 정보를 담은 종이 문서를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데이터가 누락됐고 새롭게 매설되는 지하시설물 정보는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설비 등을 매설한 민간 기업이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업들이 보안상의 이유로 데이터 제공을 꺼려 전체 지하시설물의 정확한 위치 정보와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지하시설물은 절반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하시설물의 안전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있는 전체 지하시설물 중 서울시가 직접 관리를 맡고 있는 시설물은 47%(2만4606㎞)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설물은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 전력시설물은 한국전력공사, 전기통신설비는 KT·SK텔레콤 등 통신사, 가스공급시설은 서울도시가스 등 도시가스업체 등이 나눠서 관리하는 식이다. 시설물별로 적용받는 법이 달라 공통된 안전점검 및 관리 기준도 없다.

사고가 터졌을 때 발 빠른 대처도 어렵다. 2018년 발생한 KT 서울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가 대표적 예다. 당시 휴대폰은 먹통이 됐고, 인근 상권의 결제 단말기도 작동을 멈췄다. 통신구 관리를 맡은 KT와 통신 관련 주관 중앙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화재 발생 지역을 책임지는 서울시 등의 역할이 혼재되고, 협조도 미흡해 진화가 늦었다.

전문가들은 20년 전 서울 공덕동 도시가스 폭발과 같은 사고가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지하시설물 지도’를 그려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공덕동에서 가스안전 점검원이 땅속에 매설된 도시가스관의 위치를 지도에 잘못 표시한 바람에 지하철 공사를 하던 굴착기가 가스관을 깨뜨리면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윤원섭 창신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여러 지하시설물마다 적용받는 법과 관리 주체가 다르다 보니 통합 관리가 사실상 어렵다”며 “서울시는 지하시설물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빨리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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