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아파트값 상승률, 감정원 7배…'부동산 통계' 누굴 믿을까?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0-10-23 10:52   수정 2020-10-23 15:34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과 국가 공인 기관인 한국감정원 간 부동산 통계 격차가 크게 나면서, 어느 부동산 통계가 더 신뢰성이 높냐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한경닷컴 뉴스랩이 KB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KB국민은행이 2.2%P로 한국감정원(0.3%P)의 7.3배에 달했다. 8월에는 두 지표 격차가 2배 정도 수준이었는데, 9월 들어 더 큰 폭으로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두 지표가 조사 방법, 표본, 표본의 수, 산정 방식 등 크게 네 가지 관점에서 다르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중에서도 조사 방법 보다는 표본과 그 수, 산정 방식이 통계 격차를 만드는 요인으로 진단된다.

학계에서는 두 지표가 산정 취지와 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에, 양자택일적으로 접근하기 보다 여러 지표들을 참고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KB시세, 호가 중심 아냐
조사 방법은 둘 다 유사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KB와 감정원 지수에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로 조사 방법의 차이가 거론됐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KB 지수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바로 입력하기 때문에 주로 호가를 많이 반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지난 16일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감정원과 KB 지수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야당의 지적에 "국민은행 통계는 호가 중심이기 때문에 (감정원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KB 지수는 조사 대상인 부동산 협력중개업자들이 실거래된 가격을 KB 전용 웹사이트에 입력하는 형식으로 가격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다. 그리고 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KB 지수는 만들어지게 된다. 감정원에 따르면 감정원 지수는 조사대상에 거래가 있으면 실거래가를 반영하고, 거래가 없을 경우 협력중개업체를 현장 답사하거나 전화 조사한 자료를 취합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수가 만들어진다.

KB 지수가 부동산 협력중개업자의 입력 자료에 근거하고 감정원은 현장 조사 등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과 협력중개업소의 의견이나 자료를 수렴한다는 점에서는 두 지표의 조사 방법은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두 기관의 조사 방법이 두 지표의 차이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김균표 KB부동산정보팀 수석차장은 "KB 시세는 협력중개업소가 입력하는 실거래 가격과 거래 가능 금액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수석차장에 따르면 KB 시세도 감정원과 마찬가지로 실거래가 기반이기 때문에 '호(呼)가'(매도자가 부르는 값)는 절대 아니고, 조사 방법도 비슷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KB시세가 '호(好)가'(높은 가격) 중심이라는 발언도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수석차장은 "두 지표 간 조사 방법은 근원적으로 유사하다"며 "똑같은 아파트를 보는 데 KB 지수는 더 높은 가격을 쓰고 감정원은 아니라는 관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감정원, 조사 수는 KB 3분의 1
산정 방식도 달라
오히려 두 지표 간 차이를 발생시키는 원인은 조사 대상인 표본과 산정 방식으로 지목된다. 이론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전국에 있는 모든 아파트의 가격을 조사해야 완전하게 가격을 파악할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 인력 등의 문제로 시세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표본을 선정해 조사하게 된다. 이는 아파트 통계 조사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통계 조사에 적용되는 원리다.

이러한 이유로 조사 기관마다 선정하는 표본이 달라질 수 있어 통계 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아파트 단지는 KB 지수에는 반영되어 있지만, 감정원 지수에는 반영되어있지 않다. 어떤 아파트가 표본에 포함되어 있는지는 양측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표본이 개편되기 전까지는 주간 혹은 월간 단위로 조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하는데, 표본이 공개되면 해당 아파트 단지 등에 사회적인 압력이 가해질 수 있어 정상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또 표본의 수도 다르다. 현재 감정원의 주간 표본 아파트 수는 9400개, 월간 표본 수는 1만7190개다. 반면 KB 통계 표본 수는 주간과 월간 모두 3만1800개다. 주간 조사 표본 수로만 놓고 보면, 감정원 표본 수는 KB의 3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이에 최근 감정원은 예산 증액을 통해 주간 표본 수를 46% 늘려 1만4000여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정방식에도 차이점이 있다. KB시세는 산술평균(일반적인 평균)을, 감정원은 기하평균(복리를 적용하는 원리)을 채택하고 있다. 산술평균은 모두 더한 값을 총 개수로 나눈 것이고, 기하평균은 모두 곱한 값을 총 개수만큼 제곱근 씌우는 것이다.

기하평균을 쓰게 되면 산술평균에 비해 평균치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과 같이 가격 편차가 심한 지수의 경우, 산술평균 보다 적합하다고 판단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미국의 케이스-실러(Case-Shiller) 주택가격지수, 영국 통계청의 주택가격지수 등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지표들에서 흔히 쓰이고 있다. 반면 KB지수는 대출 집행에 활용할 목적과 일반 대중에게 개방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산술평균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계 격차 당연…
절대 지표란 없다"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기관에서 방법 차이로 인해 통계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산정 방식에는 정답이 없는만큼 '어느 한 지표가 절대적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이든 정부 통계든, 시장 상황에 더 민감한 통계가 정책을 만드는 데에는 유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도 각 주나 기관마다 발표하는 부동산 통계가 다 다른데, 민간 기업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로버트 쉴러 미국 예일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케이스-실러 지수가 주택 가격 흐름을 파악하는 데 가장 주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며 "케이스-실러 지수도 10대 도시 등만을 반영하는 등 완전하지는 않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이후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감정원이 발표하는 지수가 최근 국민정서와 다소 간극이 있다 보니 시장의 대표적인 지수로 보기에 불충분하고 KB 지수가 더 맞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는 것 아니냐"며 "각기 다른 통계를 인용하면서 '내것만 100% 맞다'는 식으로 논쟁하기 보다 서로 다른 지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격차가 있다면 요인을 규명해서 정책에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완벽한 지표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국제적으로 기하 평균을 많이 쓰긴 하지만 때에 따라서 기하 평균도 의미를 가지지 않을 때가 있다"며 "산술 평균이냐 기하 평균이냐 논의 보다, 거래량을 중심으로 표본을 재설계하거나 가중치를 두는 등 산정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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