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 대통령 소속이라 독립성 취약" 용역보고서 나와

입력 2020-10-22 15:12   수정 2020-10-22 17:28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기관이라 직무 독립성이 취약하다는 감사원 용역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 감사원 소속 감사연구원이 한국사회과학협의회에 의뢰해 제출받은 ‘적극행정을 위한 법체계와 감사원의 역할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감사원에 대해 정치적 독립성과 대국민 신뢰도의 문제가 끊임 없이 제기된다”며 “감사원은 헌법상 직무의 독립을 보장받지만 대통령 소속 기관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언론, 정치권, 시민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의 4대강 사업 관련 감사나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관련 감사 등과 관련한 논란만 보더라도 법·제도에 의해 주어진 감사원 직무의 독립성이 현실에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감사원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행정부와 분리하는 방안, 임기 연장처럼 감사위원의 지위를 좀 더 확실하게 보장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독일, 일본 등에서는 감사원을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운영한다. 미국은 의회 협력기관으로 두되 감사원장 임기를 의원이나 대통령 임기보다 긴 15년으로 하고 해임할 때엔 상·하원 합동결의를 거치도록 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를 공약했었다. 감사원을 독립기구로 만드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헌법 개정 사항이라서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은 "감사위원과 감사원장의 임기는 길게 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봤을 때 한국의 임기가 짧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소한 국회의원 임기(4년)보다는 길어야 할 것"이라는 장제원 의원의 말에 최 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의 임기는 각각 4년이다. 다만 감사원장은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보고서는 감사 또는 감사원 때문에 적극행정이 저해된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규칙은 공무원의 재량을 제약하지만 동시에 규칙을 준수하는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극행정의 원인은 정치 주도 행정에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정치가 주도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적극행정을 강조하고 제도를 개선해도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뒤바뀌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신으로 인해 적극행정을 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 20일 월성 1호기 경제성 축소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로 징계를 받게 된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진 등은 앞서 감사원에 적극행정에 따른 면책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이 결정됐다가 탈(脫)원전을 표명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 평가 축소 등을 거쳐 조기폐쇄됐다.

다만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잦은 감사, 감사 대응 과정에서 적극행정을 기피할 가능성도 있다"며 “사전컨설팅제도 회신 기간을 줄이고 중복감사를 제거하는 등 감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보고서는 “국가가 개입하기보다는 오히려 개입을 축소해야 적극행정이 구현될 수 있는 정책 분야들도 있을 것”이라며 “교육정책 분야나 산업정책 분야들이 대표적 경우”라고 했다.

오늘날 공무원들이 ‘정치적인 상관(上官)의 기대’와 ‘과거보다 엄격한 법치주의’라는 모순에 처해져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정치인들은 민주화에 따라 과거에 비해 더욱 치열해진 선거경쟁 과정에서 남발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행정관료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한다”며 “행정관료는 한편으로는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진 법치주의 원리에 대해 부응해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상관의 적극행정 기대에 대해 부응해야 한다는 다소 상충적인 업무환경에 처해있다”고 설명했다.

구은서/강영연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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