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8월 중순 이후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장을 이끌 새로운 주도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식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발표해야 잠깐 반응할 뿐이다.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지자 증권사들은 다양한 투자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가 고안한 투자법으로도 알려졌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투자를 다변화할 시점”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에서 성장성 있는 GARP 종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ARP 핵심은 주가순이익성장비율(PEG)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로 나눈 값으로, 성장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이 수치가 1보다 낮을수록 저평가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대우는 GARP 종목을 PEG가 0.2배 이하이면서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12개월 선행 PER 15배 이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종목으로 정의했다. 유 연구원은 “이런 GARP 스타일 내에서 실적 증가가 예상되는 기업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포스코, LG전자, 롯데케미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LS, 대한유화, 현대위아, 에스엘, 풍산 등 10개 종목을 꼽았다. SK텔레콤은 PER과 PBR이 각 10.1배, 0.68배로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면서 PEG는 0.2배다.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268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5.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의 예상치 중에서도 내년 순이익을 가장 비관적으로 본 값이 올해 가장 낙관적으로 추정한 올해 순이익 예상치보다 높은 종목을 권했다. 올해 실적이 가장 좋을 경우와 내년 실적이 가장 나쁠 경우를 비교해 가장 보수적으로 이익 증가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투자 아이디어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수적인 가정에도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진짜 실적 모멘텀’을 가진 종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런 방식으로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을 계산한 결과 2012년 이후 8년 연속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추려낸 상위 10개 종목엔 삼성바이오로직스, 엔씨소프트, 카카오, 한샘 등 올해 주도주로 부상한 종목이 대거 포함됐다.
이 전략으로 내년 실적 개선주를 선별해보면 롯데케미칼, 현대백화점, 한온시스템, 아모레퍼시픽, 엔씨소프트,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대우건설, 삼성SDI 등이 추려졌다.
4분기부터는 미국의 공장 가동도 점차 정상화될 전망이다. KB증권은 ‘미국 공장 가동이 멈췄기 때문에’ 좋았던 종목이 아니라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면서’ 좋아질 주식으로 관심을 옮길 때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정보기술(IT)부품·철강·화학 업종을 꼽았다.
환율이 떨어지면 조선업체들의 수주가 활발해진다. 원화 강세 국면에서는 외화 수주 선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선주들의 발주가 활발해지고, 조선업체들은 수주가 늘면서 주가가 상승한다. 다만 현재 수준의 원화 강세는 뚜렷한 주도 업종 없이 순환매가 이뤄지면서 그간 보여온 업종 간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의명/고재연/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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