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쓰레기를 왜 인천에…" 문 닫겠다는 수도권매립지 가보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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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5 09:30   수정 2020-10-25 12:55

"서울 쓰레기를 왜 인천에…" 문 닫겠다는 수도권매립지 가보니 [현장+]

"지금도 괜찮은 건 아니지만 그동안은 정말 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해 창문 열기도 어려웠어요. 억지로 참고 사는 거죠."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10여년째 거주 중인 김모씨(80)는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 23일 만난 그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쓰레기 폐기물을 넘기면서 앞으로 대책도 미흡해보이는데 안 좋은 시설을 인천에 미루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주민은 정말 힘들다"고 했다.

인천 주민들 불만이 계속되자 근 30년간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대부분을 처리해 온 인천시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오는 2025년 서울시, 경기도와 공동으로 사용 중인 인천 소재 수도권매립지 '3-1 매립장'을 종료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자칫 5년 뒤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악취 줄었지만 주민들 "두통·인후통 여전" 호소
1992년 문을 연 수도권매립지는 면적이 여의도의 6.7배에 달한다. 총 1685만㎡를 차지하는 전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 2000년 제1매립장, 2018년 제2매립장이 수용 한도를 채워 지금은 인천 서구의 3-1매립장이 수도권 내 폐기물 처리를 전담하고 있다.

23일 오전 <한경닷컴>이 방문한 매립장에는 폐기물 수거 차량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루 평균 800~900대의 차량이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가며 매일 처리하는 쓰레기 양만 1만4000여t에 달한다고 했다.

3-1매립장에는 일반인 진입이 제한됐다. 복토 작업 중인 제2매립장에서 살핀 매립 작업은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폐기물 운송 차량이 쓰레기를 내려놓으면 불도저가 이를 위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폐기물이 으스러지면서 회색 비산먼지가 자주 일어나자 이때에 맞춰 살수 차량이 빠르게 물을 뿜어냈다.

다만 매년 인천시 민원이 잦다는 '악취'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내리고 냄새를 맡아봤지만 심한 악취는 거의 없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한 주에 한 번 분리수거 작업 차량이 아파트에 들어설 때 나는 냄새와 정도가 비슷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매립지 관리에 노력하고 있다. 물을 자주 뿌려 비산먼지를 잡고 폐기물 악취도 세척한다"며 "해외에서 관리 절차를 자문할 정도로 체계적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매립장과 멀지 않은 곳에 인천 청라지구가 들어서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민원을 넣은 것도 환경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세 시간가량 매립장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니 계속 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목이 칼칼하고 따끔거렸다. 눈도 뻑뻑해져 반복해 눈을 깜빡여야 했고,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멀미 때문인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돼 두통약을 꺼내 들었다.

주민들 반응도 비슷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까진 아니지만 생활에 녹아든 불편과 불안감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시 서구 왕길동 소재 아파트에 사는 유모씨(52)는 "악취, 공기뿐만 아니라 수질까지 걱정된다"며 "환경 오염은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추후 몸에 누적돼 드러나는 것 아니냐.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협의체 관계자도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악취나 비산먼지는 차량이 계속 이동하며 발생하기 때문에 관리한다고 해서 완전히 없어지진 않는다"며 "특히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는 날이면 냄새가 정말 심하다. 일부 가스도 흘러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인천 "2025년 매립장 종료" vs 서울·경기도 "합의 따라라"
인천시는 5년 뒤 서울시, 경기도와 공동으로 사용 중인 수도권매립지 3-1 매립장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15일 서울시와 경기도를 겨냥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각자 처리하라"며 "인천 서·북부 주민들은 33년 동안 악취, 오염, 소음, 분진 등으로 시민 건강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감내해 왔다. 더 이상 주민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2025년 매립 종료 이후 수도권매립지 직통 전용도로를 전면 폐쇄하는 강경대응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자체 폐기물 처리는 안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로 구성된 '4자 협의체'가 합의한 사항이 있는 만큼 이에 맞춰 공동 대체 매립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부와 3개 시도가 지난 5년간 대체 매립지 조성을 진행해왔다. 공모 추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도 "4자 협의체 구성 합의 사안에 의해 수도권매립지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5년이라는 대체 매립지 조성 기간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사업 공모조차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 인천 수도권매립지에 직매립하는 서울시 생활폐기물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만t 넘게 증가했음에도 자체 처리 소각량은 오히려 4만t가량 감소한 점 등을 보면 서울과 경기도가 수도권 폐기물 처리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015년 4자 협의체가 합의한 조항에는 2025년 대체 매립지가 조성되지 않을 경우 인천시의 수도권매립지 운영이 연장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같은 조항을 염두에 두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폐기물 처리를 또다시 인천시에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흘러나온다.

서울시와 경기도 모두 "해당 조항을 고려해 일을 지체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경기도의 폐기물 처리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인천시가 보다 주도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매립지의 폐기물 반입량 현황을 보면 서울시 143만t(43%), 경기도 125만t(37%), 인천시 69만t(21%)으로 서울·경기 반입량만 약 80%에 달한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체부지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권매립지) 운영을 종료하면 수도권발 쓰레기 대란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라고 꼬집은 이유다. 인천 서구가 지역구인 같은당 김교흥 의원도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자기 지역 쓰레기는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천=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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