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22일(현지시간) 마지막 TV 토론에서 격돌했다. 두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저임금, 기후변화 대처, 북한 핵 문제 등 모든 현안에서 정면충돌했다. 하지만 판세를 흔들 만한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이날 TV 토론은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에서 NBC 기자 크리스틴 웰커의 사회로 약 90분간 이뤄졌다. 트럼프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 바이든은 민주당 상징인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토론회 시작 전과 끝난 뒤 악수와 팔꿈치 인사는 물론 눈 인사도 없었다.
러시아와 이란의 미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상대방을 겨냥했다. 바이든은 “어떤 나라든 미국 선거에 개입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맞서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이 오히려 자신을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도 이날 비중 있게 다뤄졌다. 북한이 최근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게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전쟁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이든은 김정은을 “폭력배”라고 부르며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성과 없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정통성만 높여줬다고 비난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고 내세우자 바이든은 “히틀러가 유럽을 침공하기 전에도 우리는 (히틀러와) 좋은 관계였다”고 공박했다.
기후변화 대처에서도 두 후보는 첨예하게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탄소배출은 35년 내 최저 수준이지만 “중국, 러시아, 인도는 공기가 더럽다”고 했다. 미국의 기후변화 대처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취임 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데 대해서도 “우리가 수조달러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우리 기업들을 망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바이든은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앞으로 8~10년 안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라며 청정 에너지산업 투자를 통해 수백만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맞섰다.
인종 차별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이후 누구보다 더 흑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링컨은 노예해방을 이끈 대통령이다. 바이든은 “여기 있는 링컨(트럼프를 지칭)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대통령”이라고 비꼬았다.
마지막 질문은 ‘당선되면 취임식에서 당신을 찍지 않은 유권자에게 뭐라고 말하겠느냐’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전 경제 성장으로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여성 등 취약계층이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는 성공으로 가는 길에 있었다”고 했다. 경제적 성공이 국민을 통합시킬 것이란 메시지였다. 반면 바이든은 “나는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자신을 찍지 않은 국민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당초 토론회 주최 측인 대선토론위원회는 끼어들기를 막기 위해 사전에 ‘마이크 음 소거’ 규칙을 도입했다. 토론회 주제를 크게 6개로 나누고 주제별로 두 후보자가 2분씩 자유발언을 할 수 있게 하면서 이때 상대방이 끼어들면 마이크를 끄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마이크를 끈 경우는 거의 없었다. CNN은 “훨씬 실질적이고 통제된 상태에서 이뤄진 토론”이라고 평가했다.
루스 마커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태도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면서도 “바이든을 흔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대선 판세를 흔들 만한 한방은 없었다는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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