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격 공무원 아들 자필 편지 공개 "해경 발표가 무너지게 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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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4 20:02   수정 2020-10-24 20:54

北 피격 공무원 아들 자필 편지 공개 "해경 발표가 무너지게 해" [전문]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47)씨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A씨의 아들이 자필로 작성한 편지가 공개됐다.

꿈꾸는청년들 등 청년단체의 주최로 열린 24일 집회에서 공개된 이 편지에서 A씨의 아들 B군은 "공부 잘되냐고 물어보시던 아빠 전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해 본 적 없는데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고 전했다.

B군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자기들 편한 대로 말하고 판단한다"며 "아빠를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사람은 아빠와 20년을 함께해 온 엄마뿐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고통스럽겠지만 아빠가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며 "대통령 할아버지가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했음에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증거로 내세우는 해양경찰의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만든다"고 적었다. 이는 해양경찰청이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A씨에 대해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이 아닌,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데 따른 입장으로 보인다.

B군은 또 "내가 살기 위해 힘없는 사람의 목숨 하나쯤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게 아빠가 남긴 숙제다"며 "아빠가 남긴 숙제를 큰아빠와 함께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A씨의 형 이래진씨는 유족 대표로 기자회견을 열어 "군의 오락가락 입장 번복과 해경의 부실 수사로 더 이상 값진 희생을 욕되지 하지 말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속히 동생의 유해 송환과 공동 조사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아들 B군의 편지 전문
차디찬 바다 속에서 잠자고 계신 아빠!

공부 잘되냐고 물어보시던 아빠 전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서도 상상해본 적 없는데,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어요.

한달이라는 시간이 엄마와 저에게는 얼마나 끔찍한 시간 이었는지 아빠는 그곳에서 다 보고 계실테니 아시겠죠? 얼마나 마음 아파하고 계실지 저는 너무 잘 압니다. 사람들은 좋은 곳으로 가셔서 편히 계실거라고 말을 하지만 내가 아는 아빠는 지금 이 상황을 보고 계신다면 눈도 감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지도 못하고 계실거라 생각되네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자기들 편한 대로 말하고 판단하여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애기를 하네요. 아빠가 47년동안 걸오온 삶은 그 누구도 마음대로 평가할 수 없는데 말이죠. 아빠를 평가할 수 있는 자격리 되는 사람은 아빠와 20년을 함께 해온 엄마 뿐이며 엄마와 제 가슴속에 자리잡은 아빠는 그저 그리움 입니다.

엄마와 얘기했어요.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아빠가 편히 눈 감을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이기자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마무리될 때까지 울지 않기로 했어요. 아빠의 명예를 되찾기전 까지는 엄마와 저는 울 자격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아빠 오늘은 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무너지네요. 우리 앞에서는 강하게 잘 버텨주고 계신 엄마가 우리가 없을 때 많이 우셨는지 퉁퉁 부은 눈을 보니 저는 또 다시 이 나라가 원망스럽고 분노가 차오릅니다.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을 하셨음에도 터무니 없는 이유를 증거라고 내세우는 해야경찰의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만들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분인 대통령 할아버지의 약속이었기에 그저 믿고 기다리고 있는 저한테 아빠는 아마 '그래 아들, 잘하고 있다'라고 칭찬하시겠죠.

그리운 아빠. 저는 너무 걱정이 되네요.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아빠오면 줄거라고 편지를 쓰고 아빠 얼굴을 그리는 있는 동생을 볼 때마다 나중에 저 아이에게 아빠가 살해당했다는 얘기를 어떠헥 해야할지...시신조차 찾지 못해 아빠가 그리울때 찾아갈 곳이 없다는 현실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지...

엄마는 아빠가 차디찬 바다 속에서 우리가 빨리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면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세요.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여 매일 말라가는 엄마를 보는 것도 마음이 아프고 아빠의 마지막 전화 목소리가 귀에 맴돌아 저도 힘들어요.

제가 좀 더 힘이 센 어른이었다면 아빠를 찾아달라고, 아빠를 죽게 만든 사람을 벌해달라고 좀 더 적극적으로 외쳤을텐데 왜 어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인지, 그리고 내가 살기위해 힘 없는 사람의 목숨 하나쯤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게 제 아빠가 남기고 가신 숙제가 되었어요.

아빠가 남겨주신 숙제 큰아빠와 함께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아직 어린 아들이라서 묵묵히 싸우고 계신 큰아빠한테 큰힘이 되어 드리지는 못하지만 그 무엇도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믿고 싶습니다.

아뻐가 가장 걱정하고 있을 엄마...제가 잘 지킬께요. 멀리 계셔서 동생이 가방 메고 학교 가는 것도 한번 못 보셨는데 동생이 상처 받지 않고 잘 성잘할 수 있도록 제가 노력할께요.

누가 뭐라해도 가족과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아빠를 우린 너무 잘 알기에 나의 아빠,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우리 언젠가 다시 꼭 만나요. 다시 만나는 그날 잘했다고 힘껏 안아주세요.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다시 아빠 아들 할께요.

2020.10.23
아빠를 존경하는 아들 올림.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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