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반은 방 비우라는 '空'유숙박업

입력 2020-10-26 17:19   수정 2020-11-03 15:25

내국인의 도시 지역 공유형 숙소 이용을 허용하는 ‘공유숙박업’ 도입을 놓고 정부와 공유숙박업계, 기존 숙박업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택시업계 반대로 무산된 공유차량 서비스 ‘타다’ 사태가 재연될 조짐도 엿보인다. 정부가 ‘연간 영업일수를 180일로 제한하는 조건부 허용안’ 등을 내세우자 양측이 모두 반발하는 등 정부 중재가 되레 갈등의 불씨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국인은 못 쓰는 ‘이상한’ 공유
26일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가 서울 신촌에서 연 ‘공유숙박 제도개편 및 정부 추진 도시민박업 정책 설명회’에선 이 같은 정부 중재안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실거주 호스트에 한해 연간 180일만 영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모텔에서 공유숙박업으로 전환하려고 준비 중인 A씨는 “코로나19로 외국 관광객이 완전히 끊겨 방이 텅텅 비었는데도, 공유숙박업으로 바꿀 수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게 현실인데 정부 규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는 “규제를 완화해 공유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을뿐더러 영세 자영업자인 공유숙박 시설을 옥죄는 괴물규제”라고 비판했다. 정부 안대로 도심 공유숙소가 내국인을 받을 경우 1년의 절반 동안은 영업이 금지된다.

공유숙박은 게스트하우스나 일반 주택의 빈방을 필요한 사람이 사용료를 내고 쓰는 숙박 방식이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선 이미 내·외국인 숙박 규제를 모두 없애는 등 기존 숙박업과의 공존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현행 국내 관광진흥법은 아직 외국인만 공유숙박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한옥체험업’과 ‘농어촌민박업’만 예외적으로 내국인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공유숙박업 활성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기존 숙박업계가 ‘삭발 투쟁’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병준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업일수를 제한하려면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1년에 절반만 영업하라는 것도 규제인데 실거주까지 하라는건 이중규제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영업제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아 행정력 낭비는 물론 미등록 불법 숙소만 늘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우려했다.
공유숙박은 세계적 흐름
전국 1만4000여 개 모텔, 여관 등이 소속된 대한숙박업중앙회는 공유숙박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해외 관광객이 사라진 데다 도심에 중저가 고급호텔이 늘어난 상황에서 공유숙박까지 허용할 경우 업계 전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숙박업중앙회 관계자는 “전국 일반 숙박업소의 공실률이 80%까지 치솟았다”며 “최근 3년 동안 150개가 넘는 관광호텔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유숙박을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희대 관광산업연구원이 전문가 1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공유숙박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180일 영업제한에 대해선 “불합리한 규제”라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도심 공유숙박 허용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일반숙박업과 공유숙박업이 “경쟁관계가 아니다”라는 응답도 60%가 넘었다.

구철모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기존 사업자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지만 시장 변화에 맞춰 관련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공유숙박 도입을 통해 한국에서도 에어비앤비와 같은 세계적인 숙박 플랫폼이 나와 국내 숙박상품을 전 세계에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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