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최고 기업까지 흔드는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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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6 17:43   수정 2020-10-27 00:26

[사설] 세계 최고 기업까지 흔드는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에 따른 천문학적인 상속세 부담이 삼성의 지배구조를 흔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가 11조원 선에 달해 보유주식의 3분의 1가량을 팔아야 될 처지이기 때문이다.

11조원의 상속세는 역대 최대 규모로, 우리나라 연간 상속·증여세 세수(8조원대)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이런 상속세 납부금을 마련하려면 유족들은 보유주식이나 상속받을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 유족의 보유 주식은 모두 합쳐 14조원, 상속 주식은 18조원 정도로 총 32조원어치로 평가된다. 결국 상속세를 내기 위해 계열사 보유주식의 30% 이상을 매도해야 할 판이다.

매도가 유력한 주식은 삼성생명 삼성SDS 등 그룹 사업포트폴리오나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연부연납제도를 이용해 5년간 분할납부할 수 있다지만 가뜩이나 취약한 경영권을 노리는 해외 투기펀드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까지 시행되면 삼성전자마저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세계 초일류 기업의 경영권을 불안하게 만든 원인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특히 대기업 최대주주에게는 상속세가 20% 할증돼 총세율이 60%로 치솟는다. 기껏 초일류 기업을 일궜는데 국가가 거의 3분의 2를 빼앗아가는 격이다.

‘상속재산이 불법적으로 축적됐을 것’이란 억측에 기초한 징벌적 상속세율은 시대착오적이다. 개발연대도 아닌데, 촘촘한 법망과 사회적 감시망 속에서 준법경영을 하며 법인세 등을 부담하는 기업가들을 의심의 눈으로 보는 자체가 부적절하다. ‘상속세율은 높을수록 좋다’는 생각도 실물경제의 역동성을 이해하지 못한 단견이다.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할 의욕을 꺾고 투자를 저해해 악영향이 훨씬 크다.

OECD 36개 회원국의 3분의 1이 넘는 13개국에선 상속세가 아예 없다. 스웨덴 캐나다 호주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등이 해당된다. 사회주의 중국 역시 상속세 제로다. 상속세가 있는 나라들도 부담을 완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2018년 상속세 공제한도를 1인당 5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약 110억원)로 두 배로 올렸고 일본은 가업승계 특례에 고용유지 요건을 없앴다.

한국만 정반대다. 경제규모가 급팽창했는데도 상속세 과표·세율·공제기준은 20년째 그대로다. 2016년까진 상속세를 기간 내에 신고하면 세액의 10%를 깎아줬지만 지금은 3%만 빼줘 사실상의 증세도 있었다.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을 사라지게 해 국부 유출, 고용 감소, 성장 둔화를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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