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도 병무청장도…유승준 대신 "스티브 유"

입력 2020-10-27 14:31   수정 2020-10-27 14:41


모종화 병무청장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병역 기피로 국내 입국이 제한된 가수 스티브 유(43·한국명 유승준)의 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티브 유의 한국 입국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모종화 청장뿐 아니라 강경화 장관, 입국 문제와 관련해 질의를 한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모두 '유승준'이 아니라 '스티브 유'라고 지칭한 게 상징적이었다.

스티브 유는 27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강경화 장관에게 입국을 허락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강경화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스티브 유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안민석 의원 질의에 "정부가 관련 규정을 다시 검토했다. 앞으로도 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비자 발급 거부 관련해 스티브 유가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스티브 유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은) 입국을 시키라는 취지에서가 아닌 절차적 요건을 갖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모종화 병무청장도 이달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병무청 입장에선 입국이 계속 금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모종화 청장은 "스티브 유는 한국 사람이 아니고 미국 사람"이라며 "만약 그가 입국한다면 이 순간에도 신성하게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있는 장병들이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느냐. 숭고한 병역 의무를 스스로 이탈했고, 국민에게 공정하게 병역 의무를 이행한다고 누차 약속해 놓고도 그것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스티브 유는 과거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가 2002년 법무부로부터 입국을 제한당했다. 이후 만 38세가 되자 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하도록 해 달라고 신청했다.

당시 재외동포법은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라도 국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 만 38세가 되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 그러나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고 이에 스티브 유는 소송으로 맞섰다.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여전히 한국 땅을 밟지 못하는 상태다.

다음은 이날 스티브 유 인스타그램 글 전문.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외교부 장관님, 가수 유승준입니다. 저를 아시는지요.

저는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활동했었던 흘러간 가수입니다. 1997년에 데뷔를해서 2002년 초까지 활동을 했었지요. 5년이라는 그리 길지도 ,또 짧지도 않은 시간동안 정말 분에 넘치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제 나이 20대 초반 이었고, 미국 영주권을 가진 재미교포 신분으로 활동했습니다. 조금 반항적이었던 청소년기를 이겨내고 이루었던 꿈이어서 그랬는지, 저는 당시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고 올바르게 살고자 했으며, 더 나아가 다음 세대들에게 모범이 되려고 늘 노력했습니다. 할수있는 능력 안에서 기부하는 일에도 앞장 섰으며 금연 홍보대사등의 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 힘썼습니다. 그래서 였을까요. 땀흘리고 노력하는 모습에 남녀노소 할것 없이 정말 많은 사랑과 박수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2002년 2월 한순간의 선택으로 그 모든것이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제가 미국 시민권을 선택한 대가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병역기피자라는 낙인과 함께 무기한 입국금지 대상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군에 입대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데뷔 때부터 이미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이민을 간 영주권자였고, 그 무렵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으면 영주권마저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팬들에게 이 사정을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한국에 입국하고자 했지만, 인천공항에서 입국 자체가 거부되고 저에게는 아무런 해명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극히 개인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병역 의무를 파기함으로 대중들에게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팬들의 신의를 저버리고 현실적인 실리를 선택한 비겁한 행동 이었다고 비판 받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병역법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내린 결정은 합법적 이었으며 위법이 아니면 법적 재제를 가할수 없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도 이제 19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제는 저를 기억하는 팬들도 저처럼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나이가 될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바쁘신 분에게 제 얘기를 이렇게 드리는게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이번에 국정감사에서 장관님께서 저에게 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연예인입니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으로 생존하는 직업이고요, 사랑과 관심이 없어지면 연예인의 생명은 끝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한국 연예계를 떠난지 19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냥 떠난 정도가 아니라 지난 19년간 온갖 말도 안되는 거짓 기사들과 오보들로 오명을 받아 왔습니다. 그 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인기와 명예, 좋은 이미지는 이제 어디가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 군에 입대하거나 복무 중인 젊은 청년들 대다수가 저를 모르는 세대들입니다. 저는 이미 잊혀져도 한참 잊혀진, 아이 넷을 둔 중년 아저씨에 불과합니다.

장관님, 그런 제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대한민국의 안보, 질서와 외교관계가 정말 저 같은 일개 연예인의 영향력으로 해침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런 영향력도, 그런 능력도 없는 일계 연예인일 뿐 입니다. 저는 정치범도 테러리스트도 범죄자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악영향을 끼칠 인물은 더더욱 아닙니다.

연예인도 사람인지라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합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크고 작은 잘못을 하고, 법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처벌을 받고, 위법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 정도만큼 인기를 잃고 자연스레 퇴출되기도 합니다. 제가 과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선택은 이민자들로서는 지극히 흔하고 당연한 선택이었고,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팬들을 실망시킨 잘못에 대한 평가는 팬들이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장관님께서는 올해 초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만나, 한국 정부가 2020~2022년 인권 이사국으로서 국제적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신 바 있습니다. 외국인에게도 인권이 있고, 범죄자들도 지은 죄만큼만 벌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8년 8개월 동안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 시민권을 취득한것으로 간주되어 입국금지를 당한 것도 모자라, 앞으로도 영구히 입국금지라는게 맞는 처사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것이 엄연한 인권침해이며 형평성에 어긋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관님께서는 2019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단지 절차를 지켜 재량권을 행사하라는 정도의 의미라고 말씀하셨지만, 대법원 판결문에는 재량권 행사시 지켜야 할 지침이 다 나와 있습니다. 장관님께서 부디 저의 무기한 입국금지 문제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고민해 주시고, 이제는 저의 입국을 허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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